강한 남성 |존 에버렛 밀레이의 <기사 에란트>
존 에버릿 밀레이<기사 에란트> 1870 캔버스에 유채 184×135 런던 테이트 갤러리
곤경에 빠진 공주님을 구출하는 왕자님이 등장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조금씩 변형되어 동화·소설·영화나 드라마에 많이 쓰이는 소재다. 구출이 계기가 되어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행복한 삶을 산다는 해피엔딩이 기본 줄거리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감동적이지만 존 에버렛 밀레이(1829~1896)의 <기사 에란트>는 아름다움과는 전혀 다른 강간·폭력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큰 나무에 묶어 있는 벌거벗은 여인의 절망적인 상황에 등장한 기사 에란트는 여인을 구하기 위해 칼로 밧줄을 끊고 있다. 여인의 발 밑에는 옷가지가 흐트러져 있고 화면 오른쪽 칼에 맞아 뒤로 쓰러져 있는 남자와 화면 맨 위에 조그맣게 보이는 남자 두 명이 도망가고 있는 모습은 여인이 강간을 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인이 묶여 있는 큰 나무는 남성을 상징하고 있어 여인은 남성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과 갑옷을 입은 남자와 벌거벗은 여인을 대비되게 그려넣음으로써 남녀간의 종속적인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이 작품은 구출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구해주는 에란트는 여인을 구출하면서 여인에게 시선을 보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에란트가 여인에게 시선을 두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구출자이면서 동시에 강간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피가 묻은 칼은 싸움을 상징하고 있는 한편 여성과의 섹스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들에게 가장 강한 호기심을 자극 하는 것 중 하나가 여인의 누드다. 대부분 보편적인 시각에서 화가들은 홀로 있는 여인의 누드를 그려왔다. 하지만 남성들은 가장 우아하고 순결한 모습의 여인의 누드보다 테마가 있는 누드화를 선호하게 된다.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이 관음증을 자극하는 소재를 찾게 되었고 화가들은 남성우월주의 시선으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었던 것이다.
밀레이는 강간을 당해 수치심으로 고개를 뒤로 돌리고 있는 여인을 그린 <기사 에란트>를 테마로 3개의 작품을 그렸는데 이 작품이 마지막 3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 작품에서 여성의 시선은 정면을 향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작품은 너무나 적나라해서 도덕성을 강조하는 빅토리아 시대와 맞지 않았다. 그래서 여자의 얼굴을 전혀 보이지 않게 그려 넣은 것이 이 작품이다.
밀레이는 어려서부터 신동이라고 불릴 만큼 그림에 남다른 소질을 보여 왔다. 사회적으로 격동의 시기인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절에 활동을 한 밀레이는 중세 예술이 가지고 있는 순수 예술을 지향한다는 1848년에 설립한 라파엘로 전파 예술의 중심에 있다. 그는 감성적인 주제의 작품을 많이 제작했다.
강한 여성 |바르톨로마이우스 스프랑게르의 <헤라클레스와 옴팔레>
바르톨로마이우스 스프랑게이<헤라클레스와 옴팔레> 1595 동판에 유채 24×19 빈미술사 박물관
남자들은 남성우월주의에 빠져 자신들이 섹스에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생리학적으로 여성이 섹스에 더 강한 경우가 많다. 성적 쾌락에 열광하는 시리아의 여왕 옴팔레가 대표적이다. 그리스 신화 속의 강한 남성 헤라클레스는 제우스가 헤라 몰래 사랑한 여인 알크메네와 낳은 아들이다. 헤라의 암살 위기 속에서도 신의 아들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강한 힘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하지만 그는 불같은 성격을 참지 못해 친구를 죽인 벌로 옴팔레의 노예가 된다. 성적 기교에 뛰어난 그녀는 에로틱한 힘을 발산하고 거기에 꼼짝없이 갇힌 헤라클레스는 옴팔레를 즐겁게 하기 위해 그녀가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지 할 수밖에 없었다. 옴팔레는 기운 센 천하장사 헤라클레스에게 여자 옷을 입히고 자신의 발 밑에 앉혀 실을 짜게 하는 등 여자가 하는 일을 시킨다. 옴팔레에게 빠져 있는 헤라클레스는 수치심도 고통도 없었다. 그저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바꾸는 놀이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그래서 헤라클레스와 옴팔에의 이야기는 성도착증의 예로 인용된다.
옴팔레는 낮에는 자신의 성적만족을 위해 헤라클레스를 여성화시키고 밤에는 침대 속에서 남성에게 군림하고 있었다. 화가들은 성별이 바뀐 헤라클레스와 옴팔레의 장면을 많이 재현했는데, 그것은 에로틱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바르톨로마이우스 스프랑게르(1546~16110의 <헤라클레스와 옴팔레> 작품 속에 옴팔레는 몽둥이를 어깨에 걸친 채 요염하게 서 있고 근육질의 헤라클레스는 여장을 한 채 옴팔레의 눈치를 보고 있다. 그녀가 들고 있는 몽둥이는 헤라클레스의 남성을 상징하고 있다. 바르톨로마이우스 스프랑게르는 합스부르크 황제 루돌프 2세의 사랑을 받은 화가다. 그는 관능적인 주제를 감각적인 방식으로 표현했는데 여성의 누드를 그리기 위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주제로 많은 작품을 제작한다.
명화속의 삶과 욕망 박희숙 2007
마로니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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