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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그림・전시

남자에게 치명적인독 미인

by 파장 2012. 7. 2.

나라을 위해 남자의 목을 친 여인 |클림트의<유디트2>

 

구스타프 클림트<유디트2> 1909 캔버스에 유채 178×46 베네치아 국립근대미술관

 

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유디트2>에서 유디트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여성이다. 잔인하고 야만적인 앗시리아의 장군 홀로페르네스는 이스라엘의 도시 베툴리아를 침략한다. 마을이 홀로페르네스 군대에게 철저히 유린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름다운 미망인 유디트는 이스라엘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아름다움을 이용하기로 한다. 요란하게 치장한 유디트의 미모와 달콤한 말에 속아 홀로페르네스는 그녀를 연회에 초대한다. 홀로페르네스에게 술을 먹여 유혹한 유디트는 그가 잠들자 칼을 꺼내 그의 목을 베어 버린다. 이스라엘은 그녀의 행동에 용기를 얻어 앗시리아 군대를 물리친다.

이것이 성서 속에 유디트 이야기다.

클림트는 유디트를 이스라엘의 영웅보다 남성을 유혹하는 여성이라는데 관심을 갖고 바라봤다. 내용은 성서에서 빌려왔으나 클림트의 유디트는 사실 살로메에 가깝다. 목이 베어진 성 요한의 입술에 키스를 하는 살로메의 모습과 섹스를 무기로 적의 머리를 베어버린 유디트가 같다고 생각한 것이다.


<유디트2>는 전작에 비해 요부의 모습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상반신을 드러낸 채 관람객을 외면하고 있는 모습이 성서에 나오는 구국의 영웅 유디트의 이미지보다 세기말적 퇴폐적인 분위기에 가깝다. 이 작품 속 유디트의 손은 화려한 장식을 한 치마를 부여잡고 남자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있는데 이는 요부의 잔인함을 나타내고 있다. 그녀는 홀로페르네스의 목이 담긴 자루를 들고 황급히 나가고 있지만 그것은 범행현장을 벗어나는 것보다 정사가 끝난 현장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모습이다. 클림트의 <유디트2>에서 비록 남자의 머리를 들고 있지만 유디트가 가지고 있는 강한 여성의 이미지 대신 관능적이고 유혹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유디트의 모델 아텔레 바우어는 부유한 금융업자의 딸로서 명문가의 여인이다. 클림트와 처음 컬렉터로 만난 그녀는 자신의 초상화를 의뢰한다. 아텔레 바우어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은 아니었으나 클림트 그림에서는 여성스럽고 매력으로 그려진다. 클림트는 육체적인 사랑은 당시 하류층이었던 모델과 가졌지만 정신적인 사랑은 상류층 여성하고만 한다는 이분법적 사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화가와 모델로 만났지만 아텔레 바우어는 클림트와 정신적인 사랑을 나누는 사이였다

 

사랑을 위해 남자의 목을 친 여인 |코린트의<살로메>

 

로비스 코린트<살로메> 1900 캔버스에 유채 127×148 라이프니치 조형박물관

 

로메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헤롯왕의 의붓딸이다. 살로메는 헤롯왕이 베푸는 만찬에서 매혹적인 춤을 추고 그 춤에 반한 헤롯왕이 나라의 절반이라도 주겠다고 하지만 그녀는 세례 요한의 목을 달라고 한다. 성서에서 세례 요한의 목을 요구한 것은 어머니 헤로디아다.

하지만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에서는 살로메가 세례 요한을 사랑하지만 세례 요한은 그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다. 복수심에 불탄 살로메는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 헤롯왕을 유혹하고 그 대가로 세례 요한의 목을 요구한다. 살로메는 세례 요한의 목이 담긴 은쟁반을 들고 “그대만을 사랑해”라고 외친다. 사랑을 할 수 없다면 그를 죽여 영원히 자기 것으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그녀의 집념이다.

19세기, 당시 화가들은 아름다움을 무기로 남자의 목을 자른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에게 열광했고 팜므파탈의 소재로 살로메를 그렸다. 코린트(1858~1925)의 작품 <살로메>에서 살로메는 세례 요한의 감긴 눈을 어루만지고 있고 화면 앞에 피 묻은 칼을 들고 있는 남자의 모습은 방금 사건이 일어났음을 나타내고 있다.

코린트의 살로메는 비극적 사랑에 빠진 냉혹한 여인의 모습보다 농익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는 여인의 모습에 가깝다. 코린트는 사진을 활용해 이 작품을 제작했으며 작품 속의 모델은 실제 연극배우였다. 또한 세례 요한의 목이 담긴 쟁반을 들고 있는 사람은 화가 자신이라고 한다.

코린트는 이 작품에서 남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요부의 상을 보여주기보다 남성들의 시선을 의식해 연극적인 효과만 강조했다

명화속의 삶과 욕망 박희숙 2007

마로니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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