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아내를 정부로 삼은 오를레앙 공작의 지혜
외젠 들라크루아의 <부르군도 공작에게 자기 정부의 나신을 보여주는 오를레앙 공작>
외젠 들라크루아의 <부르군도 공작에게 자기 정부의 나신을 보여주는 오를레앙 공작> 1825~1826 캔버스에 유채 32×25 마드리드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
남의 것을 탐할 때는 스릴이 있다.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상사의 여자를 탐했을 때는 특히 그렇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해가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피할 수 없는 위기 상황에 부딪쳤을 때 그것은 불운을 부른다. 불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위기 대처 능력을 발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부르군도 공작에게 자기 정부의 나신을 보여주는 오를레앙 공작>에서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는 그런 위기의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했다.
벌거벗었을 때 여자들이 가장 가리고 싶어 하는 것은 얼굴이다. 벌거벗은 육체만으로는 알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제일 먼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여자들은 얼굴부터 가리게 되는 심리가 있다. 정을 통하고 있는 장면을 들킨 간부는 그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오를레앙 공작은 자신의 주군의 아내를 유혹한다. 공작부인과 정사를 하고 있던 중 부인의 남편 부르군도 공작의 기습적인 방문을 받게 된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오를레앙 공작은 침대 시트를 들어올려 정부의 육체는 노출하고 얼굴은 가린다. 하반신을 그대로 노출한 채 누워 있는 여인을 보고 부르군도 공작은 자신의 아내인 것 같다고 의심을 하지만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다. 얼굴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간부인 오를레앙 공작에게 이 여인이 자신의 아내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아내의 벌거벗은 몸을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의 어리석음이 알려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저 여인은 내 아내가 아니다’며 돌아선다.
간부의 지혜를 표현하기 위해 들라크루아는 이 작품에서 부르군도 공작의 시선을 중심으로 화면을 구성했다. 부르군도 공작은 자신의 아내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지만 하반신을 드러낸 채 누워있는 아름다운 육체를 보고 매력을 느낀다. 부르군도 공작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진실을 보지 못하고 남자로서의 호기심이 먼저 앞서고 있다. 침대 시트를 걷어 올려 정부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오를레랑 공작의 행위는 노출과 은폐를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위기 상황을 넘기고 있다. 남편 앞에서 벌거벗은 채 누워있는 여인은 침대 시트 속에서도 얼굴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두 팔을 모으고 고개를 돌리고 있다. 낭만파 화가 들라크루아는 문학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많은 작품을 제작했다.
아내와 불륜 남성을 웃음거리로 만든 불카누스
헨드리크 드 클레르크의 <불카누스의 함정에 빠진 마르스와 비너스>
헨드리크 드 클레르크의 <불카누스의 함정에 빠진 마르스와 비너스> 1570~1629 패널에 유채 45.5×35.5 런던 휘트필드 갤러리
미녀를 아내로 얻은 못생긴 남자들의 공통점은 항시 질투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미녀에게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는 남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신화 속에 나오는 아름다운 여신 비너스의 비극은 못생긴 남편 불카누스가 있다는 것이다. 불카누스는 아버지인 주피터의 장난으로 비너스와 결혼을 하게 된다. 바람둥이의 천성을 버리지 못하는 비너스는 유명한 바람둥이 마르스와 바람을 피우기 시작한다. 어머니 주노마저 아들의 모습을 싫어할 정도로 못생긴 불카누스는 비너스와 마르스의 정사를 알고 질투심에 사로잡혀 함정에 빠지게 한다.
헨드리크 드 클레르크(1570~1629)는 <불카누스의 함정에 빠진 마르스와 비너스>라는 작품에서 불카누스의 함정에 빠져 마르스와 비너스가 다른 신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장면을 묘사했다.
비너스는 남편 불카누스를 속이고 마르스와 정사를 벌이고 있다. 태양으로부터 이 사실을 전해들은 불카누스는 아내의 불륜 장면을 덮치기로 마음 먹고 두 사람이 정사를 할 침대에 청동 그물을 설치한다. 불카누스의 계략을 알지 못하는 연인들은 위험에 빠진 것도 모른 채 달콤한 사랑에 빠져 막 정사를 하려고 한다. 그 순간 청동 그물이 두 사람을 덮쳐 꼼짝 못하게 한다. 이 때 불카누스는 올림푸스에 있는 신들을 불러모아 두 사람을 웃음거리로 만든다.
클레르크는 신화의 내용을 충실하게 표현한 화가다. 그 당시에 전 유럽의 미술가들은 후원자를 위해 에로틱한 꿈의 세계를 창출했고 클레르크도 신화의 내용을 빌려와 에로틱한 세계를 묘사했다.
명화속의 삶과 욕망 박희숙 2007
마로니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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