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의 스타 | 로크레크의<관객에게 답례하는 이베트 길베르>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관객에게 답례하는 이베트 길베르> 1894 인화지에 유화식 석판화 48×28 알비 툴루즈 로트레크 미술관
19세기 프랑스에서 가장 큰 무대는 물랭 루주였다. 물랭 루즈는 사람들에게 술과 여자와 춤과 같은 환락을 선사했지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수도 인기를 끌었다. 대중 가요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데, 그것은 노래를 듣는 사람들 자신들의 이야기 이기 때문이다. 노래 속에서 지나간 과거 속의 자신의 모습을 보기 때문에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울고 웃고 하는 것이다.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고 고상함만으로 노래를 한다면, 대중은 거기에 감동을 받지 않는다. 무대 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는 가수에게는 감동을 받는 것은 그들이 노래를 잘해서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이야기를 애잔하면서도 사실처럼 그대로 전달하는 능력이 있어서이기도 하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의<관객에게 답례하는 이베트 길베르>는 당시 물랭 루즈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샹송 스타 이베트 길베르를 그린 작품이다. 그녀는 인기가 많아 여러 음악 카페나 카바레의 클럽에 출연해 샹송을 불렀다. 또한 현재 자크 브렐, 레오페레,조르주 브라상,에드트 피아프 등으로 잘 알려져 있는 '샹송 레알리스트' 계열의 가수이다. 로트레크는 노래하는 길베르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 숭배했을 정도이다. 그녀는 항상 무대에서 밝은 드레스에 검은 장갑을 끼고 노래를 불렀다. 너무나 가난한 그녀에게 가격이 싼 검은 장갑은 자신의 우아한 외모를 강조하기에 더없이 좋은 소품이였고,로트레크는 길베르에게 경의를 나타내기 위해 그녀만의 독특한 특징을 잡아 독자적인 실루엣 기법으로 표현했다.<관객에게 답례하는 이베트 길베르>에서 로트레크는 길베르가 노래하면서 장갑 낀 손가락을 펼쳤다가 청중에게 인사하는 순간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로트레크는 이베트 길베르를 드로잉, 구아슈, 석판화로도 그렸다.
길베르는 자신을 숭배하던 많은 화가들이 그려주었던 아름다운 모습과는 다르게 묘사된 로트레크의 그림 속 자신의 모습을 처음에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약간 우스꽝스러운 듯한 외모로 표현되어 있는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았으나, 곧 그녀는 로트레크의 예솔성에 확신을 얻었다. 그는 그녀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한 화가였다. 그는 또한 이베트 길베르에게 바치는 단색 판화 연작을 제작했는데, 무대 위 길베르의 움직임을 포착한 실루엣 중심의 작품들이다. 길베르는 로트레크의 그림 때문에 당대의 스타를 뛰어 넘어 사람들에게 불멸의 이름을 얻었다.
무대 뒤의 스타 | 바지유<분장실>
장 프레데릭 바지유<분장실> 1870 캔버스에 유채 132×117 몽펠리에 파브르 박물관
혼신의 힘을 다해 무대 위에서 자신을 펼쳐 보였던 스타는 그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진맥진하게 된다. 스타에게 분장실은 어떻게 보면 집보다 가장 편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 분장실은 꿈을 펼쳐보일 수 있게 준비해주는 유일한 장소이자 자신의 욕망을 식혀주는 휴식의 장소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분장실은 삶의 자양분이다.
19세기의 분장실은 지금의 분장실과는 다른 형태였다. 그 당시 스타는 하류층에 속해 있었다. 상류층 사람들에게 분장실은 자신이 만나고 싶어 하는 스타를 언제든지 만날수 있는 장소였고, 스타에게 분장실은 자신들의 지난한 삶을 해방시켜줄 수 있는 희망의 장소였다.
장 프레데릭 바지유(1841~1870)의 <분장실>은 은밀한 장소로소의 분장실을 표현한 작품이다. 페르시아 카펫이 깔린 분장실에서 방금 목욕을 마친 여인은 부꾸러움은커녕 뻔뻔할 정도로 대담하게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다. 오른쪽 다리에 걸쳐진 시트가 없다면 여인의 은밀한 곳이 다 보였을 정도이다. 흑인 하녀는 실내화를 신켜주고 있고 옷을 들고 있는 하녀는 벌고벗은 여인을 향해 무엇인가 기다리고 있지만, 그녀는 그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 이 작품은 스타의 땀과 열정을 닦아주는 분장실의 진정한 의미를 표현하기보다 여성들의 동성애적 사랑을 암시하고 있다.
명화 속의 삶과 욕망 박희숙 2007
마로니에북스
'문화예술 > 그림・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락되지 않은 사랑 (0) | 2012.07.02 |
---|---|
희망과 절망 임신과 낙태 (0) | 2012.07.02 |
정사의 두얼굴 (0) | 2012.07.02 |
휴식을주는 대중탕 쾌락을 주는 개인 사우나 (0) | 2012.07.02 |
달콤하면서도 치명적인 키스 (0) | 2012.07.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