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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그림・전시

달콤하면서도 치명적인 키스

by 파장 2012. 7. 1.

연인들의 황홀한 키스 | 하이에스의<입맞춤>

 

프란체스코 하이에스<입맞춤> 1859 캔버스에 유채 112×88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

메로스의 위대한 서사시 『일리아스』는 9년 동안 계속되었던 트로이의 전쟁의 서술에서 시작된다. 호메로스 이후 트로이의 전설은 서구 문학에서 중요한 소재로 다뤄지면서 꾸준히 발전되어 왔는데, 중세 작가들은 트로이 영웅들의 로맨틱한 이야기를 더욱더 심층적으로 다루었다.

트로이전쟁 이야기 중에서도 '트로일로스와 크레시다' 의 사랑 이야기는 더없이 애절하다. 아킬레우스에 의해 죽음을 당하는 트로일로스와 아킬레우스의 전쟁 포로가 된 크레시다는 남매간으로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다. 크레시다는 트로일로스에게 묻는다. " 키스할 때 당신은 주는 쪽인가요, 받는 쪽인가요?" 트로일로스는 "둘 모두다. 키스는 주는 것과 받는 것 사이에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키스를 하면서 상대와 자신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라고 대답한다

사랑하는 연인들의 키스에 대해 트로일로스가 표현한 것 처럼 프란체스코 하이에스의<입맞춤>은 연인들의 키스하는 모습을 정확하게 표현 하고 있다. 키스는 일발적으로 흐르는 강물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쁨과 환희를 선사해야만 진정한 키스가 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남자는 오른손으로 여인의 얼굴을 감싸고 왼손으로는 여인의 머리를 안고있다. 키스에 열중하면서도 여인을 보호하는 듯한 남자의 오른손과 불편을 주지 않으려는 남자의 배려가 느껴지는 왼손의 모습이 이들이 아른다운 여인관계임을 암시적으로 설명해준다. 남자가 여인에게 키스를 퍼부을 때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남자는 오른쪽 다리에 힘을 주고 있고 왼쪽 다리는 벌려서 여인을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당기고 있는데, 그것은 남자가 형체 없는 사랑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여자를 안고 싶어하는 욕망을 나타낸다.

여인은 수동적인 자세로 남자의 키스를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남자의 어깨를 힘주어 잡고 있다. 남자의 키스를 받아들이면서도 여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있다. 여자들은 사랑을 받고 있으면서도 사랑받는 느낌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는 존재들이다. 하이네스는 시도 때도 없이 남자의 사랑을 의심하고 그것을 확인하고자 하는 여자들의 마음을 보일듯 말듯 가늘게 뜬 눈으로 암시했다.

또한 정열적으로 사랑하는 연인이라는 것을 상징하기 위해 하이에스는 광택이 도는 화련한 여인의 드레스로 표현했다. 세상의 모든 연인들은 사랑을 시작할 때 그들 사이에는 절대로 이별이 끼어들 수 없다고 믿어 사랑은 화려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프란체스코 하이에스(1971~1882)는 당시 이탈리아에서 초상화가로 유명했다. 그의 초상화는 극사실화로서 많은 귀족에게 사랑을 받았다.

 

치명적인 키스 |폰 슈투크의 <스핑커스의 키스>

 

프란츠 폰 슈투크<스핑크스의 키스> 1895 캔버스에 유채 160×144 부다페스트 국립미술관

5세기경에 쓴 고대 인도의 경전 『카마수트라』는 키스의 방법에 대해 서른 가지가 넘게 서술하고 있지만, 결국 키스는 혀의 전투라고 한다. 하지만 키스의 의미는 다향하다. 키스는 본능적인 행위이지만 연인에게 하는 사랑의 키스, 배신을 상징하는 유다의 입맞춤등 키스를 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그 의미도 천차만별이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스핑크스는 얼굴은 여자이면서 사자의 몸을 하고 있는 동물이다.

스핑크스는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서 그것을 풀지 못하면 죽였다. 스핑크스의 물음에 유일하게 대답한 사람이 오이디푸스다. 스핑크스는 인어 세이렌과 마찬가지로 세기말 화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스핑크스와 세이렌의 외모는 에로티시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프란츠 폰 슈투크의 <스핑크스의 키스>는 신화의 내용 가운데 바위 위에서 풍만한 가슴을 드러낸 채 남자의 목을 감싸고 정열적인 키스를 하고 있는 스핑크스의 모습을 표현 했다. 남자는 키스의 황홀감에 빠져 자신이 죽음에 이르는 것을 알지 못한다. 남자는 여인의 입술 향기에 취해 눈을 감고 있다.

이 작품에서 남자는 여인의 손끝에서 수동적으로 행동한다. 19세기 말에 남자들은 자신들이 여자들 유혹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세기말 남성들이 여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공포심을 에로티시즘으로 표현한 것인데, '먹다' 라는 이미지에 가까운 키스다. 고대 이집트에서 키스는 ' 먹다' 라는 의미와 같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프란츠 폰 슈투크는 독일의 상징주의 화가이다.

 

명화속의 삶과 욕망 박희숙 2007

마로니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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