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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그림・전시

권력을 사랑한 여자

by 파장 2012. 7. 1.

잘못된 판단 |귀도 레니의 <독사에 물린 클레오파트라>

 

귀도 레니<독사에 물린 클레오파트라> 1630경 캔버스에 유채 113×94 원저 로열 켈렉션

 

하늘에서 사과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으면 뉴턴의 만류인력의 진리밖에 얻을 것이 없다. 과학적 진리를 증명하기 싫으면 스스로 사과를 따야만 하는 것처럼 권력을 향한 길에 자신이 서 있지 않다면 스스로 권력을 찾아야 한다. 스스로 권력을 만들기 위해 불나방처럼 권력을 쫓아다니는 사람들은 많지만 기원전 50년경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처럼 권력을 향한 집념의 드라마를 펼친 사람은 드물다.

클레오파트라는 권력 중심부에서 태어났으나 절대 권력을 쥘 수 있었던 운명은 아니었다. 파라오 율법에 따라 남동생과 결혼해 왕좌에 올랐으나 권력을 보장받을 수 없었던 그녀는 로마 황제 세자르를 유혹해 그의 애첩이 된다. 타고난 미모와 정치적 술수, 외교적 수완으로 그녀는 세자르의 힘을 얻어 남동생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다.

유혹의 일인자인 그녀에게 로마 장군 안토니우스가 빠져든다. 그녀의 깊이 감추어진 야심은 고개들 들었지만 안토니우스의 정적 옥타비아누스에 의해 이집트는 다시 한번 위기에 빠진다. 클레오파트라는 권력을 등에 업기 위해 옥타비아누스를 찾아 유혹의 기술을 펼쳤으나 이번에는 성공하지 못한다. 사랑과 권력의 경계를 깨닫지 못한 안토니우스 때문에 클레오파트라는 파멸의 길로 들어섰고 그 길은 순식간에 빠르게 다가왔다.

클레오파트라는 정치적 야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사랑을 미끼로 항상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만을 유혹했다. 그녀에게 사랑은 순수하지도 낭만적이지도 않은 다만 정치적인 수단일 뿐이었으며 또한 그녀에게 최상의 오르가슴을 선사하는 것도 정치밖에 없었다. 하지만 줄타기의 명수도 시대 흐름에 변화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만 믿고 있으면 불운에 빠지기 마련이다.

귀도 레니의 <클레오파트라>. 이 작품은 클레오파트라의 죽음을 선택하는 순간을 묘사한 것이다. 16세기의 화가들에게 클레오파트라의 자살은 흥미로운 주제였다. 권력지향적인 그녀는 화가들에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묘사되지는 못하고 남자를 유혹하는 악녀로밖에 인식되지 않았다.

귀도 레니는 클레오파트라의 관능성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진 화가다. 이 작품도 그녀의 아름다움보다는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장면을 묘사했다. 벌거벗은 클레오파트라의 젖가슴 위로 독사는 그녀의 젖을 빨기 위해 혀를 날름거리고 있다. 뱀의 유혹에 빠져 있는 그녀는 죽음의 두려움도 잊은 채 황홀경으로 얼굴이 붉어졌다. 레니는 젖가슴을 강조하기 위해 배경을 어둡게 처리했다. 그가 이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한 것은 죽음에 이르는 성적 황홀경이다.

 

탁월한 선택 |프뤼동의 <조세핀>


 

피에르 풀 프뤼동<조세핀> 1805 캔버스에 유채 244×179 파리 루브르 박물관

 

자는 사랑에 관해서는 최고의 감각을 가지고 있다. 남자가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그 사랑의 척도를 잴 수 있고 즉각적으로 사랑을 미끼로 남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탁월한 감각의 소유자들이다.

사랑하지 않지만 그 남자가 자신을 평생 안락하게 해 줄 수 있다면 악마에게 기꺼이 영혼이라도 팔아서 그 남자를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이 여자다.

이미 결혼한 처지에 있었던 조세핀은 사랑하지 않지만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나폴레옹을 유혹해서 자기 것을 만들기로 작정을 한다. 아름다운 미모의 소유자가 아니었던 그녀는 미모로 승부하지는 않는다. 적절한 애교와 약간의 냉정한 모습으로 나폴레옹을 사로잡았고 그녀 안에 숨어 있던 의도는 알지 못한 채 사랑의 포로가 된 나폴레옹은 결국 조세핀에게 무릎을 꿇는다.

하지만 결혼은 뜨거운 감각으로만 유지되지 않는 것처럼 나폴레옹은 그녀에게 후계자를 원하고 조세핀은 노력했으나 그것만큼은 줄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으로부터 버림을 받게 된다.

<조세핀>은 나폴레옹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인기 화가였던 피에르 폴 프뤼동에게 주문 제작한 것이다.

나폴레옹의 주문은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그려달라는 것이었고 프뤼동은 기대에 저버리지 않고 그녀를 여신으로 표현했다. 하늘하늘 비치는 얇은 옷을 입고 있는 조세핀은 평소에는 그런 옷을 좋아해 한겨울에도 즐겨 입었다고 한다. 그녀의 사치 대부분은 옷값으로 지불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울창한 숲속 가운데 바위에 비스듬히 기대에 앉아 있는 조세핀의 아름다운 자태는 여신처럼 품위가 있다. 아름다운 몸매를 보이기 위해서는 그녀는 어깨에 걸치는 붉은 숄을 바닥에 깔고 앉아 있다. 조세핀의 개인저택 말메종에서 프뤼동은 작품을 제작했으며 말메종은 황후 자리에서 물러난 그녀가 나폴레옹을 그리워했던 곳이기도 하다.

명화 속의 삶과 욕망_박희숙

마로니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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