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예술/그림・전시

허락되지 않은 사랑

by 파장 2012. 7. 2.

남자와 남자의 사랑 |브록의<히아킨토스의 죽음>

 

장 브록<히아킨토스의 죽음> 1801 캔버스에 유채 175×120 프아티에 생크로아 박물관

대 그리스 시대부터 그림 속에 동성애가 등장한 것처럼 동성애는 오래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아름다운 미소년을 사랑하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사랑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중세에는 종교적·정치적·도덕적 이유로 동성애는 사회적으로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되어왔다. 19세기에 들어와서야 성의 정체성에 관심을 가진 과학자들이 늘어나면서 동성애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중세 이후 종교적인 이유로 노골적인 동성간의 사랑을 그릴 수 없었던 화가들은 신화를 빌려서 간접적으로 동성애를 표현하기 시작했는데 장 브록(1780~1850)의 <히야킨토스의 죽음>에서도 동성애적인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태양의 신 아폴론은 스파르타의 왕자인 아름다운 미소년 히야킨토스를 사랑했다. 아폴론은 이 미소년을 너무 사랑해 사냥할 때나 운동할 때나 소풍 갈 때 어디든지 데리고 다녔다. 어느 날 이 두 사람은 원반 던지기를 했다. 이때 히야킨토스를 짝사랑 하던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두 사람을 질투해 바람의 방향을 바꾸어 아폴론이 던진 원반이 히야킨토스의 얼굴에 정확하게 꽂히게 만든다. 히야킨토스를 끌어안은 아폴론은 죄책감에 시달렸지만 이미 원반을 이마에 맞은 히야킨토스의 상처는 치명적이어서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만다.

아폴론은 탄식을 하면서 “언젠가 때가 오면, 이 용감한 영웅은 똑같은 이름의 꽃으로 다시 태어나리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피어난 꽃이 히아신스다. 장 브록은 그리스 신화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동성애를 표현할 수 있었던 이야기인 히야킨토스를 부축하는 아폴론을 화폭에 담아내면서 남자들끼리의 자연스러운 성 접촉을 묘사했다.

여자와 여자의 사랑 | 쿠르베의<잠>

쿠스타브 쿠르베<잠> 1866 캔버스에 유채 135×200 파리 프티팔레 시립미술관

자들의 동성애를 표현한 역사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였다면 여자들의 동성애가 표현되기 시작한 것은 16세기 이후부터다. 그러나 여자들의 동성애를 주제로 한 작품이 다루어지게 된 것은 남자들의 관음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남자들의 색다른 성적 만족을 위해 화가들은 그림 속에서 그들을 다룰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남자들의 동성애와 다르게 여자들의 동성애는 그리 질타를 받지 않았다. 여성은 사회적으로 장식품적인 존재였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의 사랑을 순수하게 보았다.


여성 동성애의 대표적인 작품이 구스타프 쿠르베(1819∼1877)의 <잠>이다. 쿠르베는 이 주제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잠에 빠져 엉켜있는 두 여인은 분명 레즈비언 커플이다. 흐트러진 머리, 침대 위에 떨어진 장신구는 두 여인의 사랑이 막 끝났음을 알려주고 있다. 쿠르베는 이 작품을 대중들에게 공개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당황하게 만들 정도로 대담하게 동성애를 표현했다.


쿠르베는 레즈비언 커플을 그리면서 신화나 전설을 빌려오지 않고 적나라하게 그렸는데 그것은 모든 그림은 사실적으로 그려야 한다는 그의 신념에 따른 것이다. 이 작품은 1866년 터키 제국의 대사이자 미술애호가였던 칼릴 베이의 주문에 의해 제작되었다. 동성애가 당시 문학 작품 속에서는 자주 다루어졌지만 그림으로 표현하기에는 사회적으로 제약이 많았다. 베이는 에로틱한 그림을 좋아해 그런 그림들을 수집했고 자신의 취향에 맞추어 그림을 의뢰하기도 했다. 

쿠르베는 베이의 사치스러운 기호에 맞추기 위해 탁자 위에 고급스러운 물병과 잔·진주 목걸이·동양풍의 화병을 화폭에 담았으며 두 여인의 도발적인 자세도 베이의 특별한 취향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화면 속의 화려한 소품들은 사랑하고 있는 두 여인이 부유층 여성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데 그것은 19세기 말 파리 부유층 여성들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이 작품 속 검붉은 머리의 여인은 화가 휘슬러의 정부 조안나 히퍼다. 관능적인 그녀는 고급 창녀 같은 분위기를 가졌다고 알려져 있다. 쿠르베는 히퍼와의 사랑을 잊지 못해 그녀를 모델로 몇 작품을 남겼는데 그는 사교계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보다 히퍼처럼 퇴폐적이면서 관능적인 여인에게 매력을 느꼈다. 쿠르베는 19세기 사실주의의 대표적인 화가다.

명화 속의 삶과 욕망 박희숙 2007

마로니에북스

'문화예술 > 그림・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성을 파멸로 이끈 작업의 정석  (0) 2012.07.02
불륜 달콤한 유혹  (0) 2012.07.02
희망과 절망 임신과 낙태  (0) 2012.07.02
야누스의 얼굴 스타  (0) 2012.07.02
정사의 두얼굴  (0) 2012.07.0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