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매력으로 유혹하는 여자 | 콜리어의 <릴리트>
존 콜리어 <릴리트> 1887년, 캔버스에 유채, 200×104, 사우스포트 앳킨슨 미술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이성을 만났을 때 마음은 자동적으로 움직인다. 이성을 좋아하는 대가가 만만치 않아도 매력에 마비되어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 이성의 품성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열정을 다해 사랑한다. 하지만 그 이성이 카사노바나 릴리트 같이 한 사람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불행의 시작이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과 사랑에 빠지면 꼭 말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불행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
유대 신화 속에 나오는 릴리트는 태초에 이브가 생겨나기 전 아담의 여자였다. 릴리트는 온 몸이 매력덩어리여서 특별한 유혹의 기술이 필요치 않았다. 그저 얼굴만 보이고 있어도 빠져들 정도로 매혹적인 여자 릴리트는 정숙한 아내의 자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아담을 악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아담을 걱정하고 보호해주는 하나님은 릴리트에게 벌을 내려 낙원에서 추방해 버린다. 그리고 아담의 갈비뼈로 만든 이브를 선사한다.
릴리트의 신화 가운데에 그녀가 자신의 젊음을 유지하고자 아담과의 사이에 난 아이를 잡아 먹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릴리트는 사탄에 가까운 여자였다.
남자를 유혹하는데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잔인하게 남자를 파멸에 이끄는 여자로 표현했던 낭만파 시인 키츠의 <라미아> 시에서 영감을 얻어 존 콜리어(1850∼1934)는 작품 <릴리트>를 제작한다.
키츠의 <라미아> 시에서 릴리트를 황금빛과 초록빛 그리고 청색의 무늬가 있는 뱀으로 비유했는데 콜리어는 릴리트가 뱀과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통해 릴리트의 사탄 이미지를 표현했다.
아름다운 육체를 소유하고 있는 릴리트는 뱀의 애무에 황홀경에 빠져 있다. 어둠의 자식이자 악의 상징인 뱀과 아름다운 여체를 하나로 묶은 것은 여자라는 존재가 천사와 사탄의 야누스적 모습을 지녔다고 생각해서다.
여성의 존재가 양면성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빅토리아 시대의 산물이다. 여성은 가정에서만 그 존재가 인정되었던 시절에 남자를 유혹하고 파탄에 이르는 여자의 대명사가 릴리트다.
빅토리아 시대에 활동했던 영국의 화가 콜리어는 <릴리트>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동물원에서 뱀을 관찰했다고 한다. 그는 릴리트를 남자들이 원하지만 거부하고 싶은 여자로 표현했다.
목소리로 유혹하는 여자 세이렌 |존 워터 하우스의 <세이렌>
존 워터 하우스 <세이렌> 1900년, 캔버스의 유채, 81×53, 런던 소더비
사랑은 확인받고 싶어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랑한다면 사랑해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 남녀 공통 분모다. 그래서 외모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목소리다. 사랑을 의심받지 않으려면 사랑해라는 말을 해야 되지만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의 소유자를 만났을 때에는 그 환상이 깨어지는 경우가 있다.
고대 여성들에게 아름다운 목소리는 유혹의 최고 기술이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세이렌은 감미로우면서도 사람을 끄는 목소리를 가진 여인이다. 호메로스의 장편 서사시 《오디세이》에 나오는 세이렌은 상반신은 아름다운 여자, 하반신은 물고기인 인어로 아름다운 노래로 남자를 유혹해 바다에 빠지게 한다.
이 이야기는 안데르센 동화 <인어 공주>에서 아름답게 묘사되었다. 하지만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 공주와 세이렌의 차이점이 있다면 인어 공주는 분수를 모르고 영역 밖에서 남자를 사랑해 자신을 파멸로 이끌지만 세이런은 자기 영역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남자를 현혹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다.
존 워터 하우스(1849~1917)는 <세이렌> 작품을 묘사하는 데 《오디세이》에 충실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세이렌은 새의 이미지로 나오는데 새는 지상과 천상의 전령사의 역할을 하고 있는 천사의 이미지였다. 중세 이후 세이렌은 새의 이미지가 사라지고 인어의 모습을 띄게 된다.
아름다운 노래에 빠져 죽음에 이르는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도 자신의 죽음조차 깨닫지 못하는 유혹에 무력한 남자와 남자를 꼼짝 못하게 포옹하면서 미소 짓고 있는 세이렌이 화면 정면에서 응시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하우스는 세이렌의 존재를 죽음의 그림자를 지닌 여자로 표현했다. 하우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시적으로 묘사하는 데 뛰어난 화가다.
명화속의 삶과 욕망 박희숙 2007
마로니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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