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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음악・공연・여행

영산강 풍류락도 영상가람길 자전거 여행

by 파장 2015. 5. 4.


 

영산강은 담양, 광주, 나주를 지나 서해 바다로 흘러가는 우리나라 4강 중 하나다. 영산강이라는 이름은 고려시대 물자 수송의 중심지였던 나주에 흑산도, 영상도 섬사람들이 왜구를 피해와서 개척했던 영산포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이처럼 영산강은 역사와 그 궤적을 함께 했다. 1970년대 까지만 해도 나주교가 있는 이곳 까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어물 배들이 들나들었다고 한다. 


영산강 '풍류락도 영상가람길. 자전거 여행의 출발은 광주광역시 시청에서 시작한다. 광주천변 자전거길을 따라 내려가면 서창 뚝방길 너머 풍요로운 서창 들녁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영산강 본류를 따라 가면  승촌보가 나오는데, 승촌보를 건너지 말고 나주 방향으로 곧장 가면, 자전거 길은 영산포 까지 이어져 있다. 영산교를 지나면 홍어 삭힌 냄새가 사방에서 풍겨오는 홍어 식당들이 줄지어 있는 홍어의 거리가 나온다.




영산포 홍어의 거리에는 20여개의 홍어 전문점이 늘어서 있다. 홍어을 처음 먹기 시작한 때는고려말 흑산도, 영산도 등지에서 살던 섬사람들이 왜구의 노략질을 피해 영산강 물길을 이용해 도망쳐 왔는데, 한 달이상 배를 타고 오면서 홍어가 자연스럽게 삭게 되었다. 그리고 삭은 홍어를 버리기 아까워 먹기 시작했는데, 탈도 없고, 맛도 별라서 그 때 부터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영산포 홍어의 거리로 가는 영산교 끝자락에 ‘등대’ 하나가 외롭게 서있다. 영산포가 한 참 잘나가던 시절에 이곳을 드나들던 배들의 안내자 역활을 했던 등대다. 붉은 석양이 물들일 때 이 등대에서 주변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쓸쓸함이 밀려온다. 아마도 포구를 오가던 수많은 배들이 불야성을 이렀을 영산포의 옛 영화가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등대는 인제가 신민지 수탈의 목적으로 1915년 철근콘크리트로 지어져 수위 관측과 등대의 기능을 겸했으며, 1989년 까지 수위 관측 시설로 사용 되었다가 뱃길이 끊기면서 그 기능을 잃어버린 우리나라 유일의 내륙 등대 이다. 영산포 등대는 단순한 등대의 의미를 넘어 영산포의 옛 모습을 떠올려보는 추억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홍어 삭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영산교 뚝방에서 넘실 거리는 영산강 물길을 바라보고 있으면 등대 너머 저멀리 아직도 고깃배들의 불빛이 춤을 추는듯 한다.



영산포 등대와 지금은 관광용으로 이용되는 황포돛배 나룻터


영산포는 일제 강점기때 일본이 호남 지역 수탈을 목적으로 만든 내륙 항구다. 조선시대 까지는 나주역 부근에 있는 포구을 주로 이용했고, 남도 전역에서 겉둬들인 특산물과 물자가 영산포로 들어와서 뱃길을 이용해 한양으로 보내졌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나주역을 만들면서 간척해 버려, 옛 영산포구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일본이 수탈을 위해 만든 영산포는 1960년대 까지 사용하다가 1981년 영산강 하구둑이 생기고 뱃길이 막히자 모든 항만 시설들은 철거 되었다.


풍류락도 영상가람 제3길 영상강변의 풍경




지금은 사라진 옛 풍호 나루터 자리에서 바라본 영산강


영산강 자전거 길은 담양댐에서 목포 영산강 하구둑 까지 130여킬로 이어져 있는 길이다. 대부분의 자전거 여행자들은 목포에서 출발해 강물을 거슬러 올라온다. 특히 이 자전거길은 나주 영산포에 이르러 ‘풍류락도 영상가람길’ 과 어울리면서 4계절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풍류락도 영산가람길’ 은 나주읍성에서 시작해서 금성산, 나주영상테마파크, 고대 마한 유적지인 반납 고분군 등을 잇고 있는 63킬로 길로 총 7개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특히 ‘풍류락도 영상가람길’ 제3길에 해당하는 영산강 주변은 계절마다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주어 자전거 여행자들의 페달질을 가볍게 해 주고 있다.


봄이면 영산포 뚝방 자전거길 따라 1 킬로 정도 벛꽃 터널이 만들어지고, 그 잎이 떨어질 때면 꽃눈이 내리곤 한다. 벛꽃이 지고 나면 영산교 아래에 수만평의 노란 유체꽃 바다가 만들어져 장관을 이룬다. 그리고 가을이면 그 자리에 코스모스가 피어, 강물따라 저무는 붉은 석양 노을로 인해 황홀경에 빠져들게 한다.

  


영산교 뚝방 자전거 길 따라 이어진 벛꽃길, 4월 초순 만개해 중순에 진다.


영산교 아래 유채꽃밭, 4월 중순에 만개하여 5월 초순에 진다. 이때쯤 '영산강 유체꽃 축제' 가 열린다.



영산교를 지나면서 '풍류낙도 영산가람' 제3길이 시작된다. 강물이 흘러가는 방향을 따라 여유롭게 걸으며 사유의 시간도 같는것도 좋지만, 자전거로 천천히 강변의 풍경을 천천히 스치며 달려보는 것도 좋다. 이어지는 영산강을 오른편에 두고 달리다 보면 어느새 죽산보에 도착한다. 죽산보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곧장 내려가면 나주 영상테마파크공원과 목포 영산강 하구둑으로 가는 길이 이어져 있는 길을 버리고,  죽산보를 건너 천연염색박물관 방향으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면 풍류락도 영산가람 제3길 에서 영산강을 오른편에 두고 달릴 수 있다. 지금은 도로 공사 때문에 길이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강 건너편에서 바라본 풍경은 또 다른 이색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죽산보(竹山洑), 영산강을 굽어보는 전망대에 올라가서 영산강의 푸른 물결을 내려다 보면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들기도 하고, 굽이치는 물결을 빼닮은 모습에서 영산강의 힘찬 기상을 느낄 수 있다. 천연염색문화관 방향으로 죽산보를 건너간다.




죽산보를 건너 뚝방길 따라 조금 가다보면 죽산교 끝에서 죽지마을 입구가 나오고, 지방도를 따라 직진한다. 



북암리 고분군과 천연염색문화관 이정표가 나오면 이곳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선다.





북암리 고분, 원래 처음에는 7기의 거대한 고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경지 정리하면서 없어지고 3기의 고분만 남아있다.


죽지 마을을 지나 조금만 가다 보면 북암리 고분군을 만날 수 있다. 북암리 고분은 삼국시대 신분이 높았던 귀족들의 무덤이라고 한다. 영산강 본류를 끼고 있는 구릉 지대에 있었던 7기의 고분은 경지 정리를 하면서 3기의 고분만 남겨두고 없었졌다. 특히 이 고분은 봉분 하나에 다양한 묘제가 확인되는 복합묘제 고분으로 영산강 유역 고대사 연구에 중요한 학술적 가치가 있다고 한다.



나주 천연염색박물관은 상설관과 기획관으로 구성되어있고, 뒷편에는 천연염색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이 있다.


이어지는 길에 바로 천연염색 박물관이 나온다. 이 곳 박물관은 매일 무료로 개방하고 있고, 천연 염색에 대한 역사와 과정을 알 수 있는 상설 전시관과 천연염색 작품들로 전시된 기획 전시관이 있다. 나주는 옛부터 한국 전통 천연 염색의 명맥을 가장 잘 계승 발전켜온 고장이다. 특히 정관채 염색 장인을 비롯한 여러 염색장이 있어 천연 염색의 본 고장이기도 한다. 



나주 영산포 옛 역사와 이 철길을 달렸던 증기 기관차


지금은 철길이 끊겨, 빈 역사만 덩그런히 남겨진 옛 영산포 역사로 쉬엄 쉬엄 페달을 굴려 도착한다. 철길이 없어진 자리에는 대신 자전거길의 겸한 산책로가 만들어저 있어 안전하게 영산포 까지 갈 수 있다. 영산포의 번창했던 시절 역사는 늘 사람들로 붐볐을 것이다. 여수, 순천, 보성 등지 에서 새벽 완행 열차에 비린내 풍기는 어물 보다리를 한 아름씩 머리에 이고 영산포 장터를 오가던 사람들 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역사 한 곳에는 이 철길을 달렸을 거대한 증기 기관차 한 대가 서 있다. 





광주에서 출발해서 이곳까지 도착하면 2시간 이상 걸린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밥집을 찾아본다. 이 곳이 옛 영산포 역사가 있던 곳이라 그런지 지금도 주변에 식당들이 몇 군데 보인다. 그중에 착한 가격에 푸짐한 백반집 두 군데를 찾아 보았다. 특히 10여 가지 밑반찬에 빠지지 않는 홍어 무침에 눈길이 간다. 한남식당 백반 1인분 가격은 6천원이다. 밥이 부족하면 넉넉한 남도의 인심에 공짜로 밥 한 공기씩 주기도 한다.


배를 채우고 옛 영산포역사에 진열된 증기 기관차 앞에서 기념 사진이라도 한 장 남기고, 이 자전거 여행으 마지막 여정인 승촌보로 두바퀴를 옮긴다. 영산포에서 승촌보로 가는 길, 잘 포장된 길 옆으로 영산강이 흐르고, 4월이면 만개한 벛꽃 터널과 강변옆 활짝핀 유채꽃을 볼 수 있어, 바퀴를 굴리는 두다리에 힘이 절로 빠지게 된다.




영산강 문화관에서 바라본 유체꽃과 승촌보 (4월 초순 모습)


승촌보에는 영산강문화관이 있다. 그냥 스쳐 지나기 보다, 영강강 유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잘 전시된 문화관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특히 강 주변이 그런듯 이곳도 바람이 4계절 제법 분다. 봄,여름에는 남서풍이 주로 불고, 가을과 겨울에는 서남풍이 주로 분다. 그래서 였을까? 옛 사람들이 이 바람을 타고 서해에서 내륙의 영산포까지 황포돗배를 타고 오갔을것이다. 승촌보 앞에는 수백개의 바람개비가 조형물이 있다. 실제로 바람이 불면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소리가 재미 있다.





승촌보와 바람개비, 남풍이 불때면 바람개비 수백개의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모습이 흥미롭다.



자전거 여행의 마지막 길, 영산강 본류와 합쳐지는 황룡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길을 가다보면 황룡강은 다시 광주천과 만나게 된다. 승촌보를 건너지 말고 곧장 가다보면 황룡강 옆으로 잘 닦여진 자전거길과 마주한다. 그 길을 따라 광주공항 뚝방길을 따라 다시 광주로 돌아와 여정을 끝낸다.


이렇게 광주에서 출발해서 나주 영산포 풍류락도 영산가람 제3길을 돌아 오면 보통 90~100킬로 정도 거리를 달리게 된다. 시간은 여유있게 주변의 풍경을 즐기며 오면 4~5시간 정도 걸린다. 평범한 일상, 지루한 일상이 느껴질때 자전거를 타고 영산강의 강물을 따라 흘러갔다가 다시 거슬러 오는 ‘풍류락도 영산가람길’ 이 잠시 지루한 일상을 잠시 잊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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