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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그림・전시

[그림]상대를 지배하려드는 사람

by 파장 2012. 7. 3.

인간관계에 서툰 사람

 

 

상주의자 카이유보트<창가의 남자>작품 속의 남자는 거실에서 거리를 내려다본다. 그 자세는 마치 황제처럼 자신 있고 당당하다. 그는 이 공간을 지배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의 지배력은 열린 창으로 뻗어나가는 시선을 통해 바깥세상으로까지 확장된다. 그의 시야 멀찍이 한 여인이 지나가고 있다. 그의 시선이 여인에게 멈추었다면 그 여인이 바로 지금 그가 지배하고자 하는 표적이다.



상대방을 지배하려고 드는 사람은 인간관계에 서툰 사람들 부류에 속한다. 이런 사람은 아주 이기적인 집을 마음속에 지어놓고 그 집 안에 사랑하는 사람을 가두려한다. 정작 스스로는 틀지어 놓은 규칙들이 깨어질까 두려워하면서, 상대방은 많은 것을 희생적으로 변화시켜 자신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포함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닫힌 공간에서 탈출하기


 

일 낭만주의의 화가 프리드리히의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를 보면, 카이유보트의 그림에서처럼 뒷모습을 보인 채 서있는 남자가 있다. 그러나 카이유보트가 그린 남자와는 달리 이 남자는 아무 것도 틀 지워지지 않은 대자연 앞에 서 있다. 그는 제법 높은 곳에 올라와 있지만, 자연의 높이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자연의 넓이도 그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가시적으로 한정된 공간을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한하게 펼쳐지는 공간을 방랑하는 사람이다.



관계의 속성은 방랑에 가까운 것 같다. 자연을 방랑하는 태도로 상대방의 세계에 다가가면,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은 배로 넓어질 것이다. 자연은 해마다 돌아오는 계절처럼 규칙적이면서도 형형색색 그 모습이 변화무쌍하고, 때론 폭풍우처럼 예측불가능하다. 자연은 바위처럼 늘 한결같은가 하면, 파도처럼 모험적이고 얼음처럼 차갑기도 하다. 자연을 여행하듯 사람을 맞이하고 사랑을 해야 한다.

 

그림에, 마음을 놓다. (이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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