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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그림・전시

살갗을 에이는 한겨울 추위

by 파장 2021. 2. 3.

선동기 그림으로 세상읽기

미술 에세이스트 선동기 씨는 미술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네이버 파워블로그 레스카페 주인장으로  알려져 있고, 『처음 만나는 그림』 『나를 위한 하루 그림』 『그림  소녀의 웃음이  마음에』 등의 미술 관련 대중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살갗을 에이는 한겨울 추위

지난가을, 올겨울은 그렇게 춥지 않을 것이라는 장기 예보가 있었습니다. 얼마 몇십 만에 찾아온 강추위에 강도, 바다도 얼어붙은 모습을 보고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지만, 모든 것이 우리가 함부로 소비한 결과이고 보면 누구 탓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지금보다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같은데 지금 봐서는 그것도 요원해 보입니다.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오는 작품들을 보면서 살갗에 닿는 추위를 잠시 잊어 볼까 합니다.

 

Caspar David Friedrich The Sea of Ice 182324 onc 96.7x126.9ⓒ함부르크 미술관

 

바다 위를 떠돌던 얼음들이 이상 곳이 없어 쌓이다가 마침내는 날카로운 산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하늘을 향해 일어선 얼음 덩어리들은 겨울 하늘을 단숨에 것처럼 날카롭습니다. 회색과 푸르스름한 색으로 뒤덮인 건너편 하늘 아래에도 얼음 덩어리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세상을 얼려버린 바람들이 얼음 바다 위를 건너가고 있습니다. 난파된 배의 부분이 얼음 사이로 보입니다. 생명이 살고 있을 같지 않은, 그래서 희망마저 얼어 붙어버린 같은 이곳은 북극해입니다.

독일 화가 카스파르 프리드리히의 작품북극해 난파된 배와 위를 덮고 있는 얼음 세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프리드리히는 생전에 환호와 저주를 동시에 받았고 그가 세상을 떠나고 그이 이름은 잊혔지요. 나치정권하에서는 화재로, 2 대전 중에는 폭격으로 그의 작품들이 불타는 참혹한 일을 당합니다. 1972 런던국립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모아서 전시하고 나서야 그는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1840년에 세상을 떠났으니까 132년이 걸린 셈입니다.

 

Anton Mauve Snow Landscape at Sunset onc 51x34ⓒCollection Singer Laren

 

짧은 겨울 해가 지고 잔광이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 쌓인 눈은 그대로인데 마차 바퀴가 지나간 자리에 물이 고였고 작은 물에도 붉은 하늘이 담겼습니다. 곳에서 마지막 목을 축이고 있는 까마귀들이 있는가 하면 서둘러 저녁 잠자리를 찾아 하늘로 오르는 까마귀들도 보입니다. 검은색 점으로 점점 멀어지는 마차는 언제쯤 집에 도착할까요? ‘해질 무렵 쌓인 풍경에도 어둠이 조금씩 스미고 있는데 겨울 저녁 바람이 위를 스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화가 안톤 모베는 헤이그를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그곳의 풍경과 사람들을 그린헤이그파 일원이었습니다. 빈센트 고흐하고는 처남 매제 사이였고 한동안 고흐에게 유화를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매춘부 시엔을 만나고 있던 고흐에게 모베가 충고를 했는데 고흐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결국 3개월만에 그에게서 그림 배우는 것을 그만둡니다. 모베가 헤어질 고흐에게 깨끗하게 입고 다녀라고 했다던가요?

 

George Bellows Blue Morning 1909 onc 86.3x111.7 National Gallery of ArtⓒWashington DC

 

차가운 겨울 아침입니다. 난간에 앉은 남자는 기운에 온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고 일을 시작한 남자들 너머로 피워 놓은 모닥불에서는 흰색 연기가 하늘로 오르고 있습니다. 햇볕이 비치고 있지만, 건너편 건물은 푸른색 그림자에 잠겼습니다. 그림자가 겨울 아침을 더욱 차갑게 만들고 있습니다. 형태로만 남은 작품 얼굴들을 보다가 우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Blue 푸르다는 말도 있지만 우울하다는 말도 있지요. 그렇다면우울한 아침 있지 않을까요? 가진 없는 도시의 사람들에게 겨울 아침은 흰색이 아니라 푸른색입니다. 

미국 화가 조지 벨로스는 뉴욕을 사랑한 화가였습니다. 1907년부터 1915년까지 그는 눈에 덮인 뉴욕시의 모습을 그리는데, 희고 푸른 눈이 넓게 펼쳐진 위로 흐리게 솟아 있는 건물들의 모습을 강하게 대비시킨 작품들이었지요.

새벽 가로등 밑에서 유리처럼 빛나고 있는 겨울을 보다가 새해에 품었던 꿈이나 계획 그리고 용기마저 얼어 버리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곡괭이가 되었든 망치가 되었든 무엇이든 어깨에 메고 얼음을 깨러 나가 봐야겠습니다.

<출처 :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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