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어버이들을 생각하며
미술 에세이스트 선동기 씨는 미술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네이버 파워블로그 ‘레스카페’의 주인장으로 잘 알려져 있고, 『처음 만나는 그림』 『나를 위한 하루 그림』 『그림 속 소녀의 웃음이 내 마음에』 등의 미술 관련 대중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5월은 기념일이 많은 달이다. 가족과 사회에 걸쳐 우리가 늘 기억하고 감사해야 할 대상들을 위한 날이다. 그 중에서도 생각할 때마다 늘 가슴 한 켠을 뜨겁게 하는 어버이를 위한 날이 있다. 어버이들의 신산(辛酸)한 삶, 그렇지만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그림은 어떻게 담고있을까?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엄마의 모습을 담은 작품은 잠시 숨을 멎게 한다. 나에게 어머니의 젖을 먹었던 기억은 당연히 없지만, 아이를 키울 때 보니 아이들이 엄마 젖을 먹을 때는 항상 엄마와 눈을 맞추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엄마와 아이의 영혼이 서로 교감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 생각을 하면 늘 가슴이 뭉클한 까닭도 거기에 있는 것같다. 젖을 쥐고 있는 엄마의 동작이나 아기의 손과 발의 모습이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이 모자 앞에 제가 앉아 있는 느낌이다. 뽀얀 젖가슴과 대비되는 엄마의 검붉게 탄 손, 세상에서 가장 강한 손이지만 가정 부드러운 손이기도 한다.
19세기 후반까지도 여성이 전업 화가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살롱전의 모든 심사위원과 대부분의 미술 평론가들은 남자였다. 당시 파리에서는 카페에서의 교류도 예술 생활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었는데, 여성 화가들에게는 카페도 폐쇄적이었다. 결국 결혼을 하거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림을 그리는 소위 ‘일요일 화가’가 되는 것이 대부분의 여성 화가에게 주어진 길이었다. 이런 상황을 뚫고 미국의 엘리자베스 너스(Elizabeth Nourse/1859 ~ 1938)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으며 전업 화가로 생을 마감했다.
새 신발을 신기는 엄마의 표정도 좋지만 만져 보고 싶은 손을 억지로 참고 있는 듯한 아이의 표정도 참 곱다. 그림을 보다가 같은 사물을 함께 보고 있는 장면을 만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신발을 신는다는 것은 이제 밖으로 나갈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문을 여는 것이다. “자! 이제 새 신발을 신고 열심히 걸어 봐야지?” 알아 듣지는 못하겠지만 아이에게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너스는 일하는 여인들의 모습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모성애의 중요성과 아주 단순한 일상, 그리고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 이런 주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그녀의 작품을 구입하는 ‘팬클럽’ 같은 것이 만들어졌다. 너스는 1895년 프랑스 미술가 협회 준회원이 되었고 1901년엔 정회원이 되었다. 미국 여성 화가로는 그녀가 처음이었다. 평생 작품을 판매하면서 생활해 나간 그녀를 촛불에 비유한다면, 그녀는 단 한 번도 사윈 적이 없는 늠름한 불꽃이었다.
요람을 흔들다가 엄마는 잠이 들고 말았다. 요람 속 아이의 표정은 한없이 평화로운데 반쯤 입을 벌리고 잠에 떨어진 엄마의 얼굴은 여전히 피곤해 보인다. 요람을 흔들던 손은 그대로 있고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든 것인지 고개는 침대 모서리에 닿았는데 보는 이의 마음이 불편하다. 일을 하다가 아이의 우는 소리에 허겁지겁 달려왔겠지. 아이의 표정과 엄마의 표정이 대조적이어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잠에 빠진 엄마의 모습은 아이를 위해 애를 쓰는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더 잠을 잘 수 있게 두 사람을 지켜보는 동안에는 숨도 쉬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노르웨이 화가 크리스티안 크로그(Christian Krohg/1852~1925)는 ‘크리스티아나 보헤미안’이라는 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하는데 ‘예술은 개인이 자유로운 사회를 개발하기 위하여 적극적인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화가이자 소설가였고 언론인과 교수로 활동했으니까 그의 활동 영역은 놀랍기만 하다.
<출처 :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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