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예술/그림・전시

나라를 지키는 민중의 힘

by 파장 2022. 4. 8.

 

미술 에세이스트 선동기 씨는 미술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네이버 파워블로그 ‘레스카페’의 주인장으로 잘 알려져 있고, 『처음 만나는 그림』 『나를 위한 하루 그림』 『그림 속 소녀의 웃음이 내 마음에』 등의 미술 관련 대중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나라를 지키겠다는 국민의 마음이 큰 방패가 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격을 시작한 러시아에서도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러시아 화가 콘스탄틴 마코프스키의 작품에는 나라를 지키는 민중들의 힘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미닌의 호소 Appeal of Minin 1896 oil on canvas ⓒNizhny Novgorod State Art Museum

수많은 사람이 성당 근처에 모여 있습니다. 이곳을 향해 오고 있는 사람들이 일으키는 흙먼지가 하늘로 오르고 있고 한 사내가 사람들 가운데 일어서서 피를 토하듯 외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손에 들고 온 것들을 한 곳에 쌓아 놓았고 그것도 없는 사람들은 하늘을 향해 주먹을 주고 결의를 다지고 있습니다. 이곳은 1612년의 러시아 니쥐니 노보고로드에 있는 성 니콜라스 성당 근처입니다. 

1610년 9월, 최고 통치자가 살해당한 러시아는 폴란드 침공 앞에서 분열하고 말았습니다. 피해를 줄이고자 모스크바 성문을 열었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여기에 스웨덴 군대까지 러시아를 침입하자 러시아 민중은 외세에 저항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민중적 해방운동의 시작이었고 그 본거지는 니쥐니 노보고로드였습니다.

민중들 사이에서 일어나 외치고 있는 사람은 쿠즈마 미닌이라는 상인입니다. 그는 고기 거래를 하는 상인이었지만 나라가 처한 상황 앞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기로 했습니다. 그의 연설을 듣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낼 수 있는 돈과 귀중품들을 군자금으로 내놓았습니다.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조직하고 의용군으로 만들어 폴란드 군대를 몰아내는 일에 앞장섰던 미닌은 국가적인 영웅이 됩니다. 그리고 끝내 모스크바를 탈환하고 러시아에서는 로마노프 왕조가 시작됩니다

동전과 시계, 촛대 그리고 옷감과 옷들이 보입니다. 돈이 될만한 것들은 모두 모였습니다. 이 작품을 6년 간에 걸쳐 제작한 콘스탄틴 마코프스키는 실제로 니쥐니 노보고로드를 방문해서 당시 사람들이 모였던 위치를 확인하고 그곳에서 골동품을 수집하는 사람을 만나 미닌 시대의 소품들을 꼼꼼하게 관찰했습니다. 창가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수 시간에 걸쳐 스케치하고 마침내 1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얼굴을 그림 속에 담았습니다. 그런 그의 노력으로 이 작품에는 역사적 사실성이 풍부하게 되었지요. 40㎡ 크기로 의 이 작품은 러시아 화가들 작품 중에 가장 큰 작품이기도 합니다. 

쉽게 끝날 것으로 예상이 되었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여인들과 노인들, 아이들의 피해가 눈덩이 구르듯 커지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이해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야 하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할 것 같은데 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이 만만치 않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의 피가 더 흘러야 이 상황이 끝나게 될까요? 400년 전 외세에 대항하기 위해 힘을 합쳤던 러시아인들은 지금 우크라이나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을까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