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과카메라/사진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조명교체

by 파장 2022. 4. 23.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이미 모든 장면은 사진으로 나온 셈이다. 그렇다면 이 숱한 장면들 속에서 어 떻게 좀 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전구 바꾸는 장면을 찍으려고 나처럼 엠파이어 스테이 트 빌딩도 불사해야 할까.

나폴레옹은 엄청난 추위와 비와 안개 그리고 온갖 눈보라와 얼음덩이 때문에 러시아 원정에 실패했다. 내 경우엔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네 차례나 이곳을 힘겹게 기어올라갔다. 결국엔, 마지막 날에 겨우겨우 매달려서야 원하는 프레임을 잡아낼 수 있었다.

© Joe McNally, Changing Light Bulb, Empire State Building

실제로는 굉장히 많은 프레임을 찍었다. 전구의 조명과 고층빌딩의 스카이라인이 만족스럽게 어울리는 순간이 되자 닥치는 대로 필름을 찍어 제꼈다. 10분간 36컷짜리 롤필름을 무려 14통이나 썼다. 안테나 지렛대에 묶인 로프에 매달려서 한 손으로 카메라를 쥐고 전구를 내려다보면서, 그 순간만큼은 내 몸을 지 탱해주는 밧줄을 믿을 수밖에. 

디지털 카메라에 8기가바이트 메모리만 있었더라면! 촬영하면서 필름 카세트를 14개나 바꿨다. 누군가를 아찔한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기에, 만일 그 중 하나라도 떨어뜨렸더라면 지금쯤 구치소에서 이 글을 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6개월을 기다렸다가 운 좋게도 네 차례 촬영을 할 수 있었다. 한 번은 짙은 안갯속에서 기어올라가다가 대들보에 머리를 부딪혀 5cm가량 상처가 나기도 했다. 게다가 방송 신호를 차단하지 않고 송신탑 주변에서 촬영을 했다가는 온 몸에 화상을 입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으니 촬영을 위해 네 차례나 송신 중단을 요 청하자 슬슬 뉴욕 TV 방송국의 짜증도 한계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내셔널 지오그래픽과의 데드라인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난 결국 더블트럭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남들은 생각하지도 못할 색다른 장소에서 사진을 찍어 냈기 때문이다. <조 맥널리>

<촬영팁>

1. 이런드 셔터에서 손가락을 떼지 않고도, 연속해서 프레임을 포착해내는 것을 전문용어로 필름을 립핑(ripping)한다고 말한다. 필름을 립핑할 경우 36컷짜리 롤필름을 단 7초 만에 모두 써버릴 수 있다. 

2 더블트럭(Double Truck): 신문이나 잡지에서 두 페이지를 한 단위로 한 통면편집, 사진가들이 더블트럭을 좋아하는 이유는 훨씬 더 높은 고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간을 많이 차지할수록 보수는 늘어나는 법, '일만 제대로 한다면, 사진가에겐 필름이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기회비용' 이 된다. 더군다나 픽셀 은 공짜니 말이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당은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와 34블록 일대에 위치하고 있다. 1931년에 지어진 이 빌딩은 지상 102층 높이에 381m이며 추가로 설치된 안테나 탑을 포함하면 433m이다. 일반 전구 400개로 이뤄져 있는 건물 상층부 조명을 2012년 약 6만 8,000개의 LED로 교체했다. 

현재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은 상층부를 3구역으로 나눠 필요에 따라 상징적인 색의 조명을 건물에 비추고 있다. 예를 들면 뉴욕대 졸업식을 축하할 때는 보라·보라·흰색 조명을, 미국 벚꽃축제에는 분홍·분홍·흰색 조명을 설치하는 식이다. 예전에는 전구 교체나 수리하기 위해서 낮에 작업반이 올라가 400개의 전구를 수 시간에 걸쳐 하나씩 교체하는 방식으로 조명 색상을 바꾸고 있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