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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그림・전시

금지된 것들에 대한 호기심

by 파장 2012. 7. 1.

금지된 것에 대한 호기심 워터하우스<판도라> 

 

존 월리엄 워터하우스<판도라> 1896 캔버스에 유채 152×91 개인소장

 

당초 하지 말라는 말을 듣지 않았다면 호기심은 생기지도 않는다. 하지 말라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밤잠을 설치게 되고, 그것만 생각하게 되는 것이 사람의 심리이다. 마치 꿀단지에 붙어 있는 개미처럼 닷맛에 빠져 그 다음이 어떻게 될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오로지 앞에 놓여 있는 호기심만을 해결하고 싶어 한다. 

워터하우스의<판도라>라는 금지된 것에 대한 호기심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판도라가 인류에게 재앙을 준 여인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때문이었다. 그리스신화에서 판도라는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준 프로메테우스에게 격노한 제우스가  인간을 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창조물이다.  제우스는 인간에게 재앙을 주고자 인류 최초의 여자 판도라를 만들어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낸다. 그는 신들의 도움으로 미모와 재능을 얻은 판도라에게 빠져, 제우스의 음모를 알고 있던 형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된다. 

제우스는 이들의 결혼 선물로 밀봉된 상자를 하나 보낸다.  결혼을 한 후에야 제우스의 음모를 알아차린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에게 절대로 그 상자를 열어보아서는 안된다고 당부한다. 하지만 판도라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남편의 당부를 어기고 상자를 연다. 판도라가 그 상자를 여는 순간 질병, 갈등, 전쟁 등 인류의 온갖 재앙들이 순식간에 쏟아져나왔다. 그녀는 서둘러 상자를 닫았지만 그 안에 유일하게 남아 있었던 것은 희망이었다. 

이 작품에서 충동에 못 이겨 상자를 여는 판도라의 모습은 다 열어보지 못하고 살짝 들여다보기만 하고 다시 닫아놓으면 아무도 모르겠지 하는 심리를 묘사했다.

 

호기심으로 사랑을 읽다 외츠의<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조지 프레데릭 와츠<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1872~1877 캔버스에 유채 65×38 콤프런 와츠 갤러리

 

랑을 할 때에는 사랑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같이 있고 싶어 한다. 사랑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안의 반대가 거세질수록 사랑은 더 깊어지고 끈끈해진다. 주변에서 애정이 크는 것을 내버려두지 않으면 사랑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그 사랑을 잃어버리면서 사는 의미가 없다고 연인들은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랑은 시들해지게 마련이지만 사랑이 진행 중일 때 는 그 진실을 깨닫지 못하고 언제까지라도 그 사랑이 유지되기만을 소망한다. 사랑은 몽상이다. 불멸의 사랑의 사랑을 꿈꾸었으나 어쩔 수 없는 호기심 때문에 사랑을 잃어버린 슬픔을 그린 작품이 와츠의<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이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는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시인이었다.  그는 아름다운 여인 에우리디케와 결혼을 하지만, 첫날밤 산책을 나갔던 그녀가 뱀에 물려 죽고 만다.  슬픔에 빠진 오르페우스는 직접 에우리디케를 데려오기 위해 지하 세계를 찾아간다. 

지하 세계의 왕 하데스는 그의 노래와 정성에 감동해 에우리디케를 데려가도 좋다고 허락한다. 하데스의 조건은 단 하나, 지상에 도착할 때까지 절대로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에우리디케와 지하 세계를 지하 세계를 빠져나오던 오르페우스는 지상에 거의 당도할 즈음 그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는 실수를 한다. 그순간 오르페우스가 손을 쓸 겨들도 없이 에우리디케는 지하 세계로 빨려들어가고 만다. 

조지 프레데릭 와츠(1817~1904)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는 그리스신화의 이야기를 표현한 작품이다.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 때문에 사랑을 잃어버린 오르페우스는 그녀를 두번 다시 놓치고 싶지 않아 끌어안고 있지만, 이 작품은 어떠한 경우라도 자연의 섭리를 거스리지 못하는 인간의 유한한 생명을 상징한다.

 

명화 속의 삶과 욕망_박희숙 2007. 7

마로니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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