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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그림・전시

부질없는 욕망

by 파장 2012. 7. 1.

남자의 헛된 욕망 허버트 드레이퍼의 <이카로스에 대한 애도>

 

허버트 드레이퍼 1898 캔버스에 유채 183×156 런던 데이트 갤러리

 

절히 세상을 향해 날아가고 싶어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명백한 사실을 부정할 때가 있다. 자신의 능력 밖의 일인 것을 알고 있지만 소유하고 싶어서다. 그래서 우리는 좀더 높은 곳을 향해 날개 짓을 한다. 때로는 억제할 수 없는 충동에 사로잡혀 높은 곳을 향해 날개 짓을 하다보면 삶의 궤도에서 이탈할 때도 있지만 어차피 이룰 수 없는 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특히 남자는 일상의 소리에 만족을 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 자신의 능력을 사랑하기보다는 능력 이상을 요구하기 때문에 남자의 비극은 시작된다. 남자는 이루지 못할 꿈일지라도 그 꿈에 빠져 다른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관심이 없다.

허버트 드레이퍼(1863~1920)의 <이카로스에 대한 애도>는 이루지 못할 꿈을 꾸는 인간의 허영심을 표현한 작품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는 건축가 다이알로스의 아들이다. 아리아드네와 테세우스를 도왔던 다이알로스와 이카로스는 미노스 왕의 미움을 사게 된다. 미노스 왕의 벌을 받게 된 그들 부자는 다이알로스가 설계한 미로 속에 갇히게 된다. 하지만 다이알로스는 재주가 많았다. 그는 곧 밀납으로 된 날개를 만들어서 아들과 함께 미로 속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이때 다이알로스는 이카로스에게 너무 낮게 날면 날개가 젖어 날 수 없고 너무 높게 날면 태양 때문에 날개가 녹아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의 말을 해주었다. 이카로스는 처음에 아버지의 말을 따라 날고 있었지만 그는 높은 태양 가까이 날고 싶었다. 결국 밀납으로 된 날개는 태양에 녹아 이카로스는 추락하게 된다.

가장 높은 곳까지 날고 싶어하는 이카로스의 무모한 열정은 인간의 허영심의 발로이며 더불어 신의 대한 인간의 자만심이다. 이 작품은 이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허버트 드레이퍼는 이카로스의 죽음을 슬퍼한 요정들을 표현하면서 남녀의 누드를 한 화면에 담아냈다. 이 표현 방법은 그 당시에는 획기적인 묘사였다. 여자와 남자 누드모델을 같은 장소에 둘 수 없었던 풍조였기 때문에 이 작품을 제작하면서 드레이퍼는 남자 모델과 여자 모델을 따로 그려 한 화면에 집어넣었다.

 

여자의 부질없는 소망 워터하우스의 <샬롯의 여인>

 

존 윌리엄 워터 하우스<샤론의 여인> 1888 캔버스에유채 153×200 런던 데이트 갤러리

 

어오는 바람에 취해 자신도 예상하지 못하고 빠져드는 게 사랑이어서 이해할 수도 이해 받을 수도 없다. 사랑을 하면 할수록 외로움은 짙어지고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갈망으로 항상 목마르다. 그렇다고 묵묵히 내버려두기에는 마음이 애달파 사랑을 쫓아다니게 된다. 그것이 한때의 불장난이라고 해도 사랑이 없다면 이 세상에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랑하는 연인과 기차를 함께 타고 싶은 여자들은 사랑 없이 삶의 달리기를 할 수 없다. 사랑을 해도 외로운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랑은 외사랑이다. 외사랑은 사랑에 메아리가 없기 때문이다.

존 워터하우스(1849~1917)의 <샬롯의 여인>은 외사랑의 잔인한 운명 속에 내던져진 여인의 절망적인 선택을 표현한 작품이다. 영국 아더왕의 최고의 기사 렌슬렛은 여행을 하던 중 샬롯 성에 머물게 된다. 성주의 딸 샬롯은 잘생긴 그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녀는 사랑을 숨기지 못하고 렌슬렛에게 구애를 하지만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 아더왕의 아내 왕비 귀네비에였다. 왕비의 전속 기사였던 렌슬렛은 귀네비에에게 복종할 의무가 있었지만 그들은 사랑에 포로가 되어 왕비와 기사의 신분을 뛰어넘었다. 아름다운 여인 샬롯이 사랑을 호소해도 귀네비에와 사랑에 빠진 렌슬렛의 마음을 잡을 수 없었다. 그는 떠났지만 샬롯의 사랑은 꺼질 줄 몰랐다. 메아리 없는 사랑 때문에 절망에 빠진 그녀는 부질없지만 한 가지 소망을 가지게 된다. 그가 머물고 있는 성 캐멀롯으로 가서 렌슬렛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었다. 그녀는 배를 타고 홀로 캐멀롯에 도착하는 순간 죽음을 맞이한다.

존 워터하우스는 영국의 시인 테니슨이 쓴 <샬롯의 여인>이라는 시에서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다. 워터하우스는 이 작품에서 샬롯이 사공도 없는 배를 타고 캐멀롯에 도착하는 순간을 그렸다.

 

 

명화 속의 삶과 욕망_박희숙 2007. 7

마로니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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