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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그림・전시

사랑받지 못한 자의 비애

by 파장 2012. 7. 1.

이루지 못할 희망의 불씨 | 테디마의<헛된구애>

로렌스 앨마 테디마<헛된구애> 1900 캔버스에 유채 77×41 개인소장

 

랑을 갈구하는 사람은 사랑에 자신을 던져버린다. 맹목적인 사랑은 더디 가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열정의 포로가 되게 한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곳에 사랑이 있다 해도 사랑의 원초적 울부짖음에 대답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사랑에 빠져 있다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일인 줄 알고 있지만 결코 벗어나지를 못한다. 사랑이라는 강한 자장 안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 대답을 하지 않는다 해도, 외사랑으로 자신을 갉아먹는다 해도 사랑에서 떠나지 못한다. 현실은 사랑을 잊어버리라고 말하지만, 사랑에 목말라 있으면 우리에 갇힌 짐승처럼 사랑 주변만 맴돌 뿐이다. 

몽롱한 상태로 사랑이라는 환상 속에 대답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 사랑이지만, 대답 없는 사랑은 형언할 수 없는 고통만을 준다. 봉쇄된 사랑을 부여잡고 있는 사람은 아무리 절망에서 벗어나려고 노력을 하지만, 사랑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를 않는다. 

테디마의<헛된 구애>는 소리쳐도 대답없는 사랑을 표현한 작품이다. 남자는 사랑하는 여인을 보지 못하고 허공을 바라보고 있고, 여인은 남자의 시선을 피해  창 밖을 보고 있다. 창가에 놓인 화병에는 사라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듯이 꽃이 활짝 피어 있지만, 두 사람의 엇갈린 시선은 사랑을 거부하고 있다. 두 사람의 침묵과는 거리가 멀게 창 밖 햇살은 활짝 피어 있어 너무도 화창하다. 

화면 속의 남자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잘 보이고 싶어 머리에 꽃으로 만든 화관을 쓰고 옷도 신경써서 입었다. 여인의 맑고 투명한 피부와 단아한 옆보습은 남자에게 사랑을 받고도 남을 외모이다. 하지만 여인은 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에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을 그리워하고 있다. 남자의 손끝에 사랑은 금방이라도 닻을 것 같다. 사랑을 외면 하고 있는 여인으로 인해 남자는 따사롭게 비추는 햇살도 차디차게만 느껴질 뿐이다. 

로렌스 앨마 테미마가 이 작품에서 표현하고 있는 것은 비현실적인 사랑이다. 삷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사랑이지만, 사랑받지 못한다면 현실에서 얼마나 소외감과 공허감을 주는지를 암자와 여자의 엇갈린 시선으로 표현했다.

 

오만함이 부른 파멸 |모로의<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귀스타프 모로의<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1864 캔버스에 유채 206×104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름판에서 호투패을  잡기만 하면 승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매력적인 여자의 주변에는  언제나 꽃을 찾는 나비처럼 모여드는 남자들이 있다. 사랑의 절대 권력자인 그녀는 항상 사랑받기에 사랑의 좌절은 상상조차 못한다. 매력적인 그녀는 사랑에 숨막혀 하지도 않고 사랑으로 인해 고통을 받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랑에는 예외가 있다. 사랑의 마음은 매력에 좌우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도 어쩌지 못할 정도로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일 뿐인 것이 사랑이다. 

모로의<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는 그리스신화의 이야기를 빌어 스핑크스를 요부로 묘사한 그림이다. 남자를 유혹해서 항상 파멸로 이끌던 스핑크스가 지혜롭고 강한 남자 오이디푸스를 유혹하는 장면이다. 그녀가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어도 오이디푸스는 흔들림이 없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스핑크스는 상체는 여자이고 하체는 사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매력을 한컷 뽐내며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서 그것을 풀지 못하면 잡아먹었다. 그 소식을 듣고 오이디푸스는 시핑크스를 찾아가 그녀가 낸 수수께끼를 푼다. 이에 스핑크스는 분노로 인해 스스로 절벽에 몸을 던져 죽는다는 내용이다. 

오이디푸스가 수수께끼의 답을 말하자 스핑크스의 몸은 반으로 줄어든다. 그녀는 젖가슴을 드러낸 채 오이디푸스의 몸에 매달려 자신의 매력을 뽐내며 유혹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오이디푸스는 그녀의 몸짓에는 관심이 없는 눈빛을 보내고 있고, 그가 유혹에 넘어가지 않자 그녀는 뒷다리를 오이디푸스의 허벅지에 대고 애무하고 있다.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남녀라기보다는 관능에 빠져 있는 남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귀스타브 모로(1826~1898)가 1864년 살롱전에 출품한 이 작품은 당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그리스신화의 내용을 빌려 에로티시즘을 묘사했기 때문이다.

 

명화 속의 삶과 욕망_박희숙 2007. 7

마로니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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