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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그림・전시

[그림]가족의 갈등

by 파장 2012. 7. 1.

부부의 갈등 |에드가 드가의 <벨레리 가족>

 

에드가 드가<벨레리 가족> 1858~1867 캔버스에 유채 200×250 파리 오르세 미술관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남아 있는 시간을 지워나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부부는 인생의 긴 여정을 함께 한다. 부부는 인생의 고통과 환희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을 공유하면서 시간의 강을 함께 건너는 존재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가 배우자이기도 하다. 삶의 좌표를 같이 하고자 결혼을 하지만 막상 결혼해서는 더 많은 사랑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결혼은 현실이기에 젊은 날 낭만적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너무나 현실적이기에 결혼해서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사랑을 잃어버린 부부는 삶이 잔인하지만 그렇다고 사랑이 떠나버린 배우자를 버린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는 일이기에 비록 결혼생활이 안개 속에 가려진 길을 가는 것과 같지만 자신이 지고가야 할 평생의 짐이다.  

드가의 <벨레리 가족> 이 작품은 부부간의 갈등으로 행복하지 않는 부부의 전형적인 모습을 표현했다. 이 작품은 드가가 고모부 젠나로 벨레리 남작의 초대를 받아 프렌체를 방문했을 때 드로잉을 여러 점 제작했는데 그 이후에 완성했다.  

임신한 아내와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남작은 화면 오른쪽 귀퉁이 의자에 등을 돌리고 앉아 있다. 아내는 남편인 남작과 시선을 맞추지 않고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딸들과 아내를 화면 한쪽에 배치함으로써 가정에서 소외되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에드가 드가(1834~1917)는 이들 부부의 갈등을 엇갈린 시선으로 또 가족간의 거리를 강조함으로써 행복한 가족이 아님을 표현했다. 그가 이 작품을 처음에 제작할 당시에는 남작을 정면에서 바라보고 있는 모습으로 그리려고 했으나 부부간의 갈등으로 인해 행복하지 않는 가족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자 남작을 귀퉁이에 그려 넣었다.  

이 작품은 당시 행복한 모습만 그렸던 가족의 초상화와 구별되어 지는데 드가는 고개를 돌리고 아버지를 보고 있으면서 왼쪽 다리는 의자 뒤에 감추고 앉아 있는 조카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녀가 아버지에게 시선을 두고 있다는 것은 집안에서 중립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상의 순간적인 모습을 포착하는 그의 작품 특징이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자녀와의 갈등 일리야 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일리야 레핀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1884~1888년 캔버스 유채 160×167, 러시아 트레챠코프 미술관

부모는 아이의 등대가 되고 싶어 하지만 망망대해에 있는 아이는 등대의 빛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칠흑 같은 바다에서 자신이 방향타를 잡고 싶어 할 뿐이다. 부모는 삶이 두려운지 알지만 아이는 자신 외에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자식은 품안에 있을 때에는 꽃과 같은 존재이지만 크면 클수록 품안에서 벗어나 세상을 향해 날아가는 나비다. 나비가 되어 날아가는 자식이 대견스럽지만 때로는 그 아이가 제대로 날지 못해 집안 가족들의 삶이 달라지기도 한다.  

아이의 선택에 따라 가족 전체가 멍에를 안고 가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할 때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일도 없지만 아이의 선택으로 집안 가족들의 삶이 달라진다면 다른 가족들을 위해 자식을 외면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일리야 레핀(1844~1930)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는 가족들에게 외면을 받는 혁명가를 표현한 작품이다. 시대의 아픔에 동참했던 혁명가가 유배지에서 돌아와 가족들과 상봉하는 장면을 그린 작품이다. 레핀은 19세기 말 격동의 러시아가 처해 있는 상황을 한 가족을 통해 드려다 본 것이다.  

이 작품은 진취적인 성향의 이념가가 가족들에게 돌아왔지만 아무도 그를 반겨주지 않는 모습을 표현했다. 문가의 서 있는 여인은 아무런 표정조차 보이지 않고 서 있고 의자에서 어설프게 일어나 혁명가와 마주 보고 있는 여인은 어머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아들을 맞이했지만 아들로 인한 상처 때문에 엉거주춤하고 서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그의 부재로 인해 탁자 위에서 공부를 하는 아이들은 반가움보다는 불안한 눈빛을 보이고 있다. 화면 속의 가족 구성원들의 자세는 이념가로 인해 고통을 받았던 그들의 내면에 있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레핀은 러시아 사실주의 화가로서 그는 이 주제에 심취해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라는 제목으로 여러 점을 제작했다.  

 

명화 속의 삶과 욕망_박희숙 2007

마로니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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