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한 아내 에두아르 마네의 <독서>
에두아르 마네<독서> 1868 캔버스에 유채 60×73 파리 인상파 미술관
모든 남자들이 아내에게 원하는 모습은 한결 같다. 자신만 바라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고상하고 우아한 모습으로만 남아 있기를 원한다. 그림 속 아내의 모습은 옷차림부터 다르다. 에두아르 마네<1832~1883>의 아내를 그린 <독서> 작품을 보면 더욱 더 느낄 수가 있다.
마네의 부인이 그의 아파트에서 편안하게 앉아 책을 읽어 주는 아들의 목소리에 만족해하고 있는 행복한 정경이다. 살갗이 비치지만 결코 드러남이 없는 드레스, 커튼, 의자의 커버 색상은 모두 흰색 계열이다. 화면 가득 화사한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는 흰색의 색조는 우아하면서도 순결함을 상징하고 있다.
그림 속의 정경처럼 마네의 부인 쉬잔느 레노프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 것은 아니다. 그녀는 마네의 피아노 선생이었는데 미인은 아니었다. 학생이었던 마네는 누드화를 그리고 싶었지만 아버지에게 의지하고 있던 그는 모델을 구할 돈이 없었다. 19세의 풍만한 몸매를 가지고 있는 피아노 선생을 탐한 마네는 아버지의 허락 없이 동거하면서 아들을 낳았다.
10년 동안 두 사람의 동거 사실은 극비에 부쳐졌고 마네의 아버지가 죽은 3년 후에나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아들 역시 마네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고 동생으로 행세를 했다.
아름다운 그녀 에두아르 마네 <올랭피아>
에두아르 마네<올랭피아> 1863 캔버스에 유체 130.5×190 파리 오르세 미술관
정부에게 정숙한 이미지를 원하는 것처럼 코미디는 없을 것이다. 아내에게 보지 못한 모습을 정부에게서 보기를 원한다. 달아오르는 감정이 최고조였을 때 정부가 가장 예뻐보이면서 그녀에게 숨겨져 있는 관능이 보여지기를 원한다. 마네의 작품 <올랭피아>를 보면 정부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티지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으로 마네식으로 재해석했다. 벨벳 목걸이와 팔찌, 슬리퍼만 걸친 채 한 점의 부끄럼도 없이 거리낌 없는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는 벌거벗은 여인은 평범한 여성이기 보다 밤의 꽃인 매춘녀의 이미지다. 당시 벨벳 목걸이는 매춘부들에게 사랑받는 액세서리였다. 누드화는 인기 있는 소재 중 하나였으나 대부분의 누드화는 신화 속에 여신의 모습으로만 등장했었던 것이다. 마네는 창녀의 모습을 우회적인 방법으로 묘사한 것이 아니라 현실 그대로 표현했다. 사회적 규범을 무시하고 현실적인 여인을 그린 것이 스캔들의 원인이었는데 그것을 사람들은 용서하지 못했다.
쭉 뻗은 다리 아래 음부를 손으로 가리고 있는 <올랭피아>는 흑인 하녀와 대조를 이루면서 요염함이 극에 달해 있다. 꽃다발을 들고 있는 흑인 하녀는 밖에 손님이 와 있음을 상징하고 있으며 <올랭피아>는 남성에게 사랑받기 원하는 여성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작품 오른쪽 구석에 있는 검은 고양이는 발기된 남성을 상징하고 있는데 이 고양이는 1865년 살롱전에 출품하기 전에 덧 그려진 것으로 이 고양이는 마네의 추문의 상징이 된다. 당시에 이 그림을 보기 위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주먹을 휘두르고 지팡이로 후려치는 소동이 있어서 그림 앞에 3명의 호위를 내세워야만 했다고 한다. 마네는 <올랭피아>의 비난에 맞서 자신의 동거녀이자 <올랭피아>의 모델인 빅토린을 자신의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시키고 있다.
<올랭피아>로 마네는 파렴치하고 퇴폐적인 화가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 그는 귀족 출신으로서 전형적인 파리지앤이었다. 마네는 살롱전을 통해 화가로서의 성공을 꿈꾸었던 것이지 스캔들을 일으킬 정도로 급진적인 성향을 가진 화가는 아니었다. 단지 그는 보이는 대로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그것이 스캔들이 되었고 그것이 마네에게 영광보다 좌절을 안겨주었다. 미술 역사상 가장 큰 스캔들로 여겨지는 마네는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명문가에서 태어난 그의 환경은 그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추구하는 그림의 세계로 이끄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네는 자신의 재능 속에서 존재를 확인해 왔을 뿐이지, 과거의 미술을 뒤집거나 새로운 미술을 창조하려 들지 않았다. 그는 현실이 주는 이미지를 그대로 그렸다.
그렇지만 생동감 넘치면서 말끔한 필법과 검정을 주축으로 여러 색을 조화롭게 배열하는 마네식의 그림은 사람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현실의 이미지를 그대로 그린 그의 그림은 비평가들에게 비평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미술계에서 소외되기 시작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비평과는 별개로 그는 자신만의 색을 고집한다.
마네는 말년에 매독에 걸려 고생했지만 익숙한 휴식과 활기, 평온과 환락의 분위기를 담은, 가벼운 주제의 작품들을 주로 그렸다.
명화 속의 삶과 욕망 박희숙 2007
마로니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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