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실레의 <서있는 벌거벗은 검은 머리의 소녀>
에곤실레<서있는 벌거벗은 검은머리의 소녀> 1910 종이에 수채와 연필 54×30 빈 알베드티아 미술관
경험하지 못했기에 막연한 동경으로 소녀에서 여인으로 새롭게 태어나길 원하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입술과 유방, 그리고 음모 밑으로 살짝 드러난 성기가 오렌지색으로 강하게 채색되어 있다는 점이다. 빈약한 가슴에 굴곡없는 허리. 몸은 채 성숙되지 않아 소년에 가깝지만, 오랜지색으로 채색한 것은 여인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앞으로 다가올 성의 열정을 시사하며 언제든지 성숙한 여인의 향기를 뿜어낼 것을 예고하는 듯이 보인다. 애처러울 정도로 한없이 수줍어 내면에 내면에 품고 있는 무언가를 표현하지 못하는 듯한 소녀의 표정은 차라리 유혹적이기도 한데, 성장과정에 있는 사춘기 소녀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두려움 |뭉크의<사춘기>
에드바르트 뭉크<사춘기> 1894 캔버스에 유채 150×110 오슬로 국립미술관
소녀는 금단의 열매에 대한 호기심도 있지만 알수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호기심 못지 않게 크다. 선과 익, 정신과 육체 등 이분법적 사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에 죄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은 한쪽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리게 마련이다. 의도하지 않아도 성장할 수밖에 없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키가 사춘기이다. 어린시절을 마감학 성년의 세계에 진입하는 시기 이기 때문에 누구나 혼돈을 겪는다.
침대에 알몸의 소녀가 겁먹은 듯한 표정으로 걸터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무어라고 할 수 없을정도로 사춘기의 소녀의 심리를 잘 포착하고 있다. 관람객 쪽으로 커다랗게 뜬 눈과 음부를 가리고 있는 손은 두려움과 동시에 호기심으로 외부 세계를 경계하는 듯하다. 그림자는 알 수 없는 성에 대한 소녀의 불안감을 극대화시킨다. 그리자는 뭉크의 어린시절을 상징하기도 하는데, 그는 일찍이 경험한 가족의 죽음을 그림자로써 작품에 표현했다.
소녀는 아직 아이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가슴과 잘록한 허리는 어른에 가깝다. 소녀 자신도 깨닫지 못한 사이에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소녀의 표정에서 자신의 마음속의 불안을 필사적으로 감추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는데, 이는 사춘기 소녀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냈다.
명화속의 삶과 욕망 박희숙 2007
마로니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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