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향 곡선을 그리는 인생
존 워터하우스<다나이드> 1904 캔버스에 유채 154.3×111.1 뉴욕 크리스티
사람들의 삶은 언제나 상승과 하강이 반복되면서 이루어지는 법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주변에서 상승은 없이 계속 하강 기류만 타는 사람도 많이 본다. 아무리 일해도 성과가 없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영국 유미주의 화가 워터하우스가 그린 <다나이드>가 그 예이다. 다나이드는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자매들인데, 그림에서 보듯 그들은 영문도 모른 채 새는 항아리에 물을 채우려고 헛되이 노력하고 있다. 평생을 보람 없이 무의미하게 일을 하도록 벌을 받은 것이다. 인간에게 일은 축복이 되기도 하고, 저주가 되기도 한다. 축복이란 하루하루 보람이 쌓여 삶을 상승시키는 일인 반면, 저주란 아무리 뛰어도 제자리 뛰기인 덧없는 일을 말한다.
바닥을 치고 올라가리라는 전조
알리 루소<잠든 집시> 1897 캔버스에 유채 127×198 뉴욕 현대미술관
원시적 생명력을 예찬한 야수파 화가 앙리 루소가 그린 <잠든 집시>이다. 짙푸른 하늘에는 환하게 달이 떠있고 색동옷의 집시소녀는 하늘을 이불삼아 곤하게 잠들어 있다. 지팡이를 손에 꼭 쥐고 있는 것으로 보아 소녀는 낮 동안 내내 지치도록 여기저기 헤매 다녔나 보다.
피곤한 집시는 잠을 자면서 회복되고 있다. 하루 종일 걸어서 아픈 다리는 밤의 생명력인 달빛이 낫게 해줄 것이다. 야생 밀림의 위대한 수호자인 사자는 소리 없이 다가와서 소녀에게 자연이 가진 영험의 은총을 내려주는 듯하다. 소녀 옆으로 만돌린이 놓여있는 것이 보인다. 몸체의 모양이 자궁처럼 생긴 만돌린은 생명을 잉태하고 생산하는 창조력을 지닌 악기로 여겨져 왔고, 덕분에 오래도록 예술가를 상징하는 소재가 되어 왔다. 이 밤이 지나고 나면 소녀의 만돌린은 창조적인 울림으로 충만하게 될 것이다. 악기 옆으로 호리병도 보인다. 호리병은 지혜의 샘을 담아두는 곳이다. 지금은 다 마셔버린 채 비어 있지만, 밤새도록 촉촉한 이슬이 내려 그 안에 싱그러운 물을 가득 채워준다. 내일 아침이 되면 소녀는 마르지 않는 지혜의 호리병을 옆에 끼고 다시 인생이라는 여로를 씩씩하게 걸어갈 것이다.
오르락내리락 자그마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사는 인생도 있지만, 무지하게 진폭이 큰 단 하나의 포물선을 그리며 사는 인생도 있다. 한참을 내려간 사람은 어느 순간 바닥을 치고 나서 다시 한참을 올라갈 것이다. 어쩌면 그런 사람에게는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을지도 모른다. 친구야, 오늘은 실컷 자두렴. 내일 아침에는 상쾌하게 일어나 밤새 일어난 신비로운 기적들을 기쁘게 맞았으면 좋겠구나.
그림에 마음을 놓다. 이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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