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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그림・전시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한 걸까

by 파장 2012. 7. 3.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C.W 에커스베르<거울 앞에 선 여자 모델>1841 캔버스에 유채 33.5×26

양 미술작품 중에는 거울을 보고 있는 여인의 이미지가 무척 많다.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의 세계에 빠져 있는 나체의 여인은 노골적으로 벗은 몸을 드러낸 여인보다 훨씬 고혹적이다. 덴마크 화가 크리스토퍼 에커스베르<거울 앞에 선 여자 모델>의 작품에서 여자는 자신이 그렇게 우아한 자태를 가지고 있는지 아는 듯 모르는 듯,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빗어 올리는 일에 몰두 하고 있다.

등줄기를 타고 음영이 지면서 부드럽고 뽀얀 피부의 윤과선이 두드러지게 살아난다. 여자의 이런 뒷모습을 보면 인간의 육체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도 여자의 몸을 즐겨 감상한다. 그것 역시 거울의 상징처럼 자기애와 관련되어 있다고 들었다.

인간으로서의 모든 욕망을 억누르고 자기절제의 미덕을 쌓아야 하는 수녀들은 과거에는 거울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예를 들어 19세기에 프라비니 성심수녀회의 견습 수녀들은 언제나 아침10분 동안에 찬물로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는 거울 없이 머리를 빗어야 했다. 거울 속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것은 자기만족에 빠지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의 어느 수녀원 부속학교에서는 휴대용 손거울을 압수하기 위해 수녀 선생님들이 기숙사를 뒤지고 다녔다고 한다. 수녀들에게 거울을 보지 못하게 한 것은 분명 그것이 자기애의 '위험' 을 안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기애란 바로 사랑에 빠지기 전 단계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본질, 나를 비추는 거울

 

에두아르 마네<라튀유 씨의 레스토랑에서>1879 캔버스에 유채 93×112

 

녀가 처음 만나 두근거리는 순간을 그린 에두아르 마네<라튀유 씨의 레스토랑에서>의 작품, 정원이 있는 야외 레스토랑에서 두 사람이 서로 시선을 뗄 줄 모르고 앉아 있는 이 장면은, 곧 사랑에 빠질 것만 같은 설래고 기분 좋은 예감이 들게 만든다. 둘은 함께 온 것이 아니라 처음 만났음을 알 수 있는 단서가 있다. 테이블에는 여자 한 사람의 식사만 놓여 있을 뿐이고, 남자는 갑자기 나타나 의자도 없이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 한 손으로는 여자의 와인 잔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의자 뒤로 팔을 둘러 여자를 포위하고 있다. 여자는 좀 놀란 듯 주춤, 경직된 자세를 하고 있지만, 그의 눈을 피하지 않는다.

남자는 그대로 멈춘 것처럼 한참 동안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그녀의 눈동자에 자신의 상이 한 가닥 흔들림도 없이 완전하게 맺힐 때까지 그는 눈을 깜박거리지도 않는다. 마치 19세기 식의 골동품 카메라 앞에서 숨을 참고 부동자세로 있는 것처럼 말이다. 자신의 상을 상대방의 눈에 입력하고 심어놓은것, 이것이 바로 사랑의 시작이다. 나는 그의 거울이, 그는 나의 거울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상을 사랑하는 이에게 비추어보기를 좋아한다. 특히 연인의 눈은 자신을 실시간 촬영해주는 동영상 카메라와 같다고나 할까. 연인들은 서로에게 모든 걸 다 내어주는 것 같지만, 실제로 상대방에게 찾고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모습이다. 사랑 때문에 우리는 잦은 가슴앓이를 하지만, 많은 경우 그 원인은 사랑의 관계 자체에 있지 않다. 우리는 상대방이 자신을 '제대로' 비추지 못한다고 느낄때 상처를 받는다. 나만큼 나에게 집중해주지 않기 때문에 섭섭하고, 나보다 나를 하찮게 취급하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이다. 인간은 평생 타인을 사랑은커녕, 이해조차 하지 못하고 나에게만 빠져 살다 죽을 운명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상대방의 눈에서 나를 찾으려고 하듯, 상대방도 나의 눈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으려 한다는 것에 대한 이해, 사랑의 본질에 대한 깊은 끄덕임이 바로 진정한 사랑의 시작일 것이다.

 

그림에, 마음을 놓다. (이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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