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곳만 바라보는 숨막히는 사랑
르네 마그리트<연인> 1928 캔버스에 유채 54×73.4 뉴욕 현대미술관
누구나 하나만 알고, 한곳만 바라볼 때가 있다. 사랑에 처음 빠진 남녀가 그렇고, 성공을 향해 내달리는 사람도 그럴 것이다. 르레 마그리트<연인>의 작품을 보면, 주위를 전혀 볼 수 없이 얼굴이 베일로 덮은 채 서로가 오직 상대방만을 느끼려 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나온다. 이 둘에게 다른 세상은 존재하지 않고, 단 하나 자신 앞에 있는 연인만 존재할 뿐이다. 이 두 사람은 더없이 행복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숨이 막히는 듯 갑갑할지도 모르겠다. 화가는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한 것일까. 행복일까. 고통일까.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특석> 1874 캔버스에 유채 80×63.5 런던 코톨드 갤러리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특석>의 작품속에 제각각 관심사 다른 남녀가 등장하고 있다. 여자는 반짝이는 목걸이에, 머리 꽃 장식에, 세련된 줄무늬 드레스로 잔뜩 멋을 냈다. 최고 값비싼 특석에 앉아 우아하게 오페라를 감상한다는 기대감으로 잔뜩 부풀어 있는 것이다. 남자는 여자가 원하는 대로 데이트 계획을 짰지만, 오페라에 그다지 취미가 없는 것 같다. 이 남자는 여자가 오페라에 몰입하고 있는 동안 반대편 측에 있는 다른 사람을 보고 있다. 아마도 예쁜 여자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여자는 애인이 자신만을 사랑스럽게 바라봐주며 자신과 공감하고 있으리라 믿지만, 그 애인은 로맨틱하지 않게 다른 사람을 몰래 흘깃거리는 일에서 재미를 찾은 것이다. 여자 몰래 이 사람 저사람 훔쳐보고 있노라니 지루한 2시간의 상연이 2분처럼 빨리 지나간다. 오페라가 끝난 후 여자는 그에게 재미 있었냐고 물어볼 것이다. 그러면 그는 "자, 이제 우리 뭘 먹으러 갈까" 하고 환하게 대답할 것이다. 오직 여자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보고 싶지 않은 오페라를 꾹 참고 끝까지 감상한 남자라면 "아, 정말 지쳤어.오늘은 정말 피곤해" 라고 짜증스럽게 말할지도 모른다.
숨쉴 마음의 방 만들기
한곳만 바라보며 사는 사람은 사실 스트레스의 상황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가 생기면 잠시 접어두고 다른 쪽으로 위안을 삼다가 되돌아올 수 있는 여유가 그에겐 없는 것이다. 아서 밀러(Authur Asher Miller)가 쓴 1949년의 희곡『세일즈맨의 죽음』의 주인공은 직장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대가로 자기 인생을 완전히 잃은 사람이다. 그의 모든 생각은 오직 일에 집중되어 있으며, 인간관계 역시 일과 관련된 사람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그에게 의미를 주는 것은 오직 일밖에 없었다. 그래서 직장이 그를 버리고 일이 무의미해진 순간 그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늘 다른 곳을 바라보고, 같은 자리에 누워서도 다른 꿈을 꾸며 산다. 직장 상사가 괴롭힐 땐 동료가 같은 편이 되어주고, 동료와 심한 경쟁을 해야 할 땐 학교 다닐 적 친구가 큰 의지가 된다. 직장을 나가기 싫을땐 집이 천국이 되고, 배우자가 숨막히게 할 땐 오히려 직장이 도피처가 된다. 사람들의 마음에는 언제나 여러 개의 공간이 있고, 숨통을 틀 수 있는 창문이 있다. 여러 일로 힘들면서도 그럭저럭 견디며 살 수 있는 것은 저쪽 생각으로 이쪽 생각을 잊고, 또 이쪽 생각으로 저쪽 생각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눈을 팔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키고 싶은 사랑을 위해, 숨쉴 공간을 만들어 놓자는 것이다.
사람들은 방이 많은 집에서 사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마음에는 방이 하나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심장에는 좌심방, 좌심실 우심방, 우심실이라는 방들이 있지 않는가! 오직 한쪽만 바라보는 사람은 로맨틱한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방이 하나밖에 없는 사람일 것이다. 심지어 그 방에는 마그리트가 그린 두 남녀처럼 바깥세상은 아무것도 볼 수 없도록 베일이 짙게 드리워져 있는 지도 모른다. 사랑은 세상안에 놓여 있을 때, 사람들 속에 섞여 있을 때 상대적으로 유일함의 가치가 빛난다.
그림에, 마음을 놓다 (이주은)
'문화예술 > 그림・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림]사랑에 전부를 거는 당신 (0) | 2012.07.03 |
---|---|
사랑을 독점하고 싶은 당신 (0) | 2012.07.03 |
배신에 대처하는 자세 (0) | 2012.07.03 |
사랑의 기억의 추억 (0) | 2012.07.03 |
타인의 사랑만이 구원일까 (0) | 2012.07.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