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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그림・전시92

[그림]타인에게 무관심한 사람 상처가 두려운 사람 착한 사마리아인’은 본래 신약성서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호들러가 그린 ‘착한 사마리아인’도 성서의 내용에서 제목을 따온 것이다. 스위스의 상징주의 화가였던 호들러는 늙음과 좌절, 병환과 죽음 등 삶이 지닌 고달픈 측면의 모습들을 자주 그렸다. 이 그림은 강도에게 몽땅 빼앗기고 벌거벗겨진 상태로 의식을 잃은 한 유대인에게 사마리아인이 물을 먹이는 진지한 순간을 담은 것이다. 앞서 행인들은 “내가 곧 사람을 보내리다” “지금은 급하여 그냥 가고, 반드시 돌아오겠소” 하는 핑계들을 대고는 모두 피하듯 지나쳐버렸다. 그러나 단 한 사람만이, 그것도 평소에 유대인으로부터 철저하게 멸시 당하던 사마리아인만이 적대감을 넘어서서 참다운 인간애를 실천한 것이다. 남의 일에 개입되기를 겁내는 이유는 그.. 2012. 7. 3.
[그림]우연같은 만남을 꿈꾸는 당신 꿈의 그 사람을 기다리기만 하는 당신 초현실주의자 앙드레 마송이 그린 ‘그라디바’는 소설 속에 나오는 불가사의한 우연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린 그림이다. ‘그라디바’는 빌헬름 옌센(W. Jensen)이라는 대중 소설가가 1903년에 쓴 소설 제목인데, 책의 내용이 특이했다기보다는 유명한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가 잠재적 욕망에 관한 강연회에서 종종 그 소설의 내용을 예시로 든 것 때문에 잘 알려지게 된 책이다. 주인공인 고고학자는 뮌헨 박물관에서 ‘그라디바’ 라는 고대 그리스 부조상의 여인을 보고 넋을 잃는다. 특히 발가락 끝으로 내딛는 우아한 발걸음의 모습에 반해 자리를 뜰 줄 모르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단지 작품 속 여인일 뿐인데, 꿈에서까지 그 모습이 이상하리만큼 생생히 나타나는 것이 기이해서 그는 .. 2012. 7. 3.
속이고 감추는 관계의 피곤함 타인에게 속지 않으려는 노력 17세기 프랑스의 화가 라 투르가 그린 ‘속임수’라는 그림을 보면, 돈내기 카드놀이를 하면서 서로 팽팽히 눈치를 보며 견제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온다. 왼쪽에 앉은 남자는 등 뒤 허리춤에서 다른 카드를 슬쩍 꺼내서 자기가 가진 패를 바꿔치기하려고 하고 있다. 가운데 앉은 여자의 전략은 다르다. 이 여자는 시녀를 시켜 슬쩍 포도주를 채워주러 온 것처럼 위장하게 한 후 다른 사람이 무슨 패를 가지고 있는지 귀띔으로 전해 듣는다. 모두들 눈초리들이 범상치 않다. 그런데, 오른쪽에 앉은 남자는 아둔하게도 지금 게임 판에서 무슨 음모가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듯하다. 게다가 특별한 전략도 없는 것 같다. 왠지 모르게 이 남자를 응원하고 싶어진다. 동병상련인가 보다. 하지만.. 2012. 7. 3.
사랑에 중독된 사람 외로움이 두려운 사람 혼자 있는 것과 외로운 것은 같지 않다. 외로움은 상실감의 의미를 내포한다. 아주 친밀한 관계 속에 있다가 만남이 소원해졌을 때, 또는 사랑하던 연인에게서 이별을 통보받았을 때 외로움이 기습해온다. 그 느낌은 혼자 있는 사람이 느끼는 인간본연의 고독과는 정도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혼자 있을 땐 자신과 풍부한 대화를 하지만, 외로울 땐 자신을 전혀 돌보지 못하게 된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해 스스로 질책하면서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오지 않을 상대방의 연락을 기다리며 헛된 기대로 시간을 소모시킨다. 그러고 나서는 스스로의 어리석음에 화가 나서 또 한 번 감정을 소모시킨다. 프랑스의 상징주의자 모로가 그린 ‘오르페우스’를 보면, 아름다운 여자가 죽은 남자의 머리를 악기에 담아 들고.. 2012. 7. 3.
고통스러운 상상, 전투 남들이 나보다 잘났다고 느낄때 노르웨이 출신의 상징주의 화가, 뭉크가 그린 ‘질투’를 보면 한없이 무력해 보이는 남자가 그림의 전면에 등장한다. 그 뒤쪽으로는 이 남자를 질투심으로 몰고 간 원인으로 생각되는 포옹하는 두 남녀의 모습이 보인다. 이 방은 뭉크의 마음속이고, 두 남녀는 마음속에서 일어난 상상을 그린 것이다. 질투라는 것이 대부분 그렇듯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상상의 감정이다. 상대방에 대해 의심하고 불안한 상상을 키워가는 것이 바로 질투다. 그리고 그 상상은 사랑함에 있어서 또 사랑받음에 있어서 자신감을 결여한 자가 품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뭉크의 경우는 과거에 사랑했던 감정이 완전히 정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심리적으로 극도로 불안정한 가운데 한 여인을 새로 만나게 되었다. 뭉크는 그 여.. 2012. 7. 3.
백마디 말보다 따뜻한 타인의 감촉 단절된 교류의 기억 어머니와 대화가 통하지 않게 된 모녀를 그린 그림이 쉬잔 발라동이다. 발라동은 툴루즈-로트렉, 르누아르 등 당시 파리에서 이름을 떨치던 화가들의 누드모델로 생활하면서 곁눈으로 그림을 배운 화가다. 그녀는 캔버스 앞에서 스스로 이런저런 포즈를 취해보던 풍부한 경험 덕분에 동작을 통해 인물의 미묘한 심리를 그려내는데 능하게 되었다. ‘버려진 인형’ 속에서 어머니와 딸은 언뜻 친밀한 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가 못하다. 어머니는 목욕한 딸에게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주고 있다. 딸은 그런 어머니의 손길이 부담스러운지 한 손으로 슬쩍 엄마의 손길을 거부하듯 막으며 등을 돌린다. 발밑으로는 인형이 버려져 있는데, 그 인형의 머리 위엔 딸이 머리에 한 것과 똑같은 리본이 매어져 있다. 어머니에.. 2012. 7. 3.
후회 없는 그림움, 관계는 기억이다. 관계는 그림움 에드워드 호퍼의 ‘나이트호크’다. 화가 역시 미국인이다. 호퍼는 세상에 혼자 남겨진 도시 속의 외로움이 어떤 것인지, 아무도 맞아줄 사람 없는 황량한 거리가 어떤 분위기인지 너무나도 잘 아는 화가다. 이 그림은 배경이 온통 짙은 녹색으로 무겁게 내려앉아 있는, 차분하다 못해 숨 막히도록 조용한 도시를 보여주고 있다. 그 곳에서 등을 보이고 혼자 앉아 있는 남자는 고독해 보인다. 철저히 혼자인 듯 보인다. 그러나 만일 그가 먹고 있는 음식이 추억 속의 그리운 사람을 마음 속으로 불러왔다면 그는 결코 혼자는 아닌 것이다. 후회 없이 당신을 전하라 호주 태생의 영국 화가 마리안 스토크스 작품을 보면 떠난 기차의 흔적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는 여인이 나온다. 늘 가까이 살던 가족을 떠나보내고 남아.. 2012. 7. 3.
나를 찾아 길 위에 서다 기대 반 설렘 반의 떠남 파리가 예술의 도시로 각광받고 있던 19세기에 그곳으로 모여들던 예술가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던 인간상은 바로 그런 자유로운 넝마였다. 문예비평가인 발터 벤야민은 거리에 버려져 쓸모는 없을지 모르나 아름다운 의미를 지닌 것들을 예술적 소재로 주워 담는 자라는 의미에서 예술가들을 넝마라고 불렀다. 물론 그 말에는 도시의 거리야말로 풍부한 예술적 상상력의 근원지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당시에는 화가들도 그런 의미에서 거리의 악사, 집시, 떠돌이 곡예사를 종종 그렸다. 그 중 마네는 예술가로서의 자아상을 염두에 두고 ‘넝마’라는 그림을 그렸다. 에두아르 마네는 예술가로서의 자아상을 염두에 두고 라는 그림을 그렸다. 그림 속 넝마는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는 정신적 자유로움을 즐기는 자이.. 2012. 7. 3.
곤두 박질하는 내 인생 하향 곡선을 그리는 인생 사람들의 삶은 언제나 상승과 하강이 반복되면서 이루어지는 법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주변에서 상승은 없이 계속 하강 기류만 타는 사람도 많이 본다. 아무리 일해도 성과가 없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영국 유미주의 화가 워터하우스가 그린 가 그 예이다. 다나이드는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자매들인데, 그림에서 보듯 그들은 영문도 모른 채 새는 항아리에 물을 채우려고 헛되이 노력하고 있다. 평생을 보람 없이 무의미하게 일을 하도록 벌을 받은 것이다. 인간에게 일은 축복이 되기도 하고, 저주가 되기도 한다. 축복이란 하루하루 보람이 쌓여 삶을 상승시키는 일인 반면, 저주란 아무리 뛰어도 제자리 뛰기인 덧없는 일을 말한다. 바닥을 치고 올라가리라는 전조 원시적 생명력을 예찬한 야수파.. 2012. 7. 2.
미지의 성 호기심인가 두려움인가 호기심 |실레의 경험하지 못했기에 막연한 동경으로 소녀에서 여인으로 새롭게 태어나길 원하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입술과 유방, 그리고 음모 밑으로 살짝 드러난 성기가 오렌지색으로 강하게 채색되어 있다는 점이다. 빈약한 가슴에 굴곡없는 허리. 몸은 채 성숙되지 않아 소년에 가깝지만, 오랜지색으로 채색한 것은 여인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앞으로 다가올 성의 열정을 시사하며 언제든지 성숙한 여인의 향기를 뿜어낼 것을 예고하는 듯이 보인다. 애처러울 정도로 한없이 수줍어 내면에 내면에 품고 있는 무언가를 표현하지 못하는 듯한 소녀의 표정은 차라리 유혹적이기도 한데, 성장과정에 있는 사춘기 소녀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두려움 |뭉크의 소녀는 금단의 열매에 .. 2012. 7. 2.
사랑 , 달콤함과 그 쓸쓸함에 대하여 지금 사랑하라 |프랑수아 부셰의 사랑의 첫번째 단계는 키스이다. 사랑하는 여인들에게 키스처럼 달콤한 묘약은 없다. 키스는 연애의 기초이자 섹스의 입문이다. 부셰의는 신화의 주제를 빌려서 육체의 탐틱을 표현한 작품이다. 리디아의 여왕 옴팔레는 그리스신화 중에서도 남성을 유혹하는 기술이 뛰어난 여자였다. 신들의 노여움을 산 헤라클레스는 옴팔레의 궁전에서 노예로 살게 되었다. 당시 리디아는 경제 부국으로서 쾌락의 도시였다. 리다아의 여성들은 결혼 후의 만족한 생활을 위해 혼전 관계를 통해 섹스를 배우는 풍조가 있었다. 여왕 옴팔레의 남편 편력은 리디아에서도 최고였다. 미인으로써 기교 까지 뛰어난 옴팔레의 능력을 아무도 쫓아오지 못했다. 남자를 다루는 데 있어 탁월한 재주를 가진 옴팔레에게 헤라클레스가 빠져든 .. 2012. 7. 2.
정숙한 아내, 아름다운 정부 정숙한 아내 에두아르 마네의 모든 남자들이 아내에게 원하는 모습은 한결 같다. 자신만 바라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고상하고 우아한 모습으로만 남아 있기를 원한다. 그림 속 아내의 모습은 옷차림부터 다르다. 에두아르 마네의 아내를 그린 작품을 보면 더욱 더 느낄 수가 있다. 마네의 부인이 그의 아파트에서 편안하게 앉아 책을 읽어 주는 아들의 목소리에 만족해하고 있는 행복한 정경이다. 살갗이 비치지만 결코 드러남이 없는 드레스, 커튼, 의자의 커버 색상은 모두 흰색 계열이다. 화면 가득 화사한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는 흰색의 색조는 우아하면서도 순결함을 상징하고 있다. 그림 속의 정경처럼 마네의 부인 쉬잔느 레노프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 것은 아니다. 그녀는 마네의 피아노 선생이었는데 미인은 아니었다. 학생이었.. 2012. 7. 2.
권력자의 여자들 방금 사랑 받은 여인 권력을 지닌 사람들 혹은 재력을 지닌 사람들의 미적 수준(?)은 매우 높다. 권력 혹은 재력가 주변의 여인들은 참으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보통 아름답다는 찬사만 가지고는 모자를 정도다. 그렇지만 아름답다고 다 권력자의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사랑은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랑 받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권력자 옆에 있으려면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이겨야 한다. 오랜 세월 동안 권력자들에게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아름다운 여인들이 불나방처럼 모여들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나누어 갖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권력을 같이 휘두르고 싶어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그들 주변은 그 시대에 가장 아름다운 여인들로 .. 2012. 7. 2.
제우스의 은밀한 사랑 부드러운 구름 속의 몰래 먹는 사과가 더 맛있듯이 아내에게 들키지 않고 사랑을 속삭이는 것처럼 재미있는 것은 없다. 공식적인 애인을 두고 사랑을 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몰래한 사랑처럼 공포와 서스펜스를 주는 것은 없다. 코레조(1490~1534)의 작품에서 허리를 감싸고 있는 구름이 바로 제우스다. 구름으로 변한 제우스는 부드러운 손길로 빛나는 여체를 더듬으면서 입을 맞추고 있다. 한편 남성의 손길에 수줍음을 느끼면서도 저항할 수 없는 황홀감에 빠져 있는 여성은 얼굴을 살짝 돌리고 있다. 제우스가 타고난 바람둥이임을 상징하기 위해 코레조는 구름으로 표현했다. 는 그리스 신화 내용에 충실한 작품이다. 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 이오의 아름다움에 반한 제우스는 그녀에게 사랑을 속삭이지만 이오는 도망친다. 욕망을 .. 2012. 7. 2.
여자는 악기다 아름다운 화음 맨 레이 신이 만든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여자의 육체라고 한다. 여자의 아름다운 육체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어 위대한 예술작품이 탄생하기도 하지만 여성 육체의 이미지를 이용해 상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그래서 유난히 여성 육체의 이미지를 딴 제품들이 많다. 악기도 마찬가지다. 악기 중에 가장 여자와 닮은 악기가 현악기다. 현악기 중에서도 바이올린 만큼 여자를 닮은 것도 없다. 첼리스트가 첼로를 안고 연주하는 모습도 에로틱한 느낌을 주지만 잘룩한 허리 사이로 음악의 원천이 흘어나오는 바이올린을 어깨에 걸치고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는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하고 은근하면서도 적극적인 자세로 마치 여자의 몸을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듯이 연주를 한다. 자신의 정렬을 다 바쳐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2012. 7. 2.